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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웃기는 일이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야 정치인들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마도 그들 스스로 자신이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새누리당은 국정원개혁특위 활동과 특별검사 수사 관련 여야 합의를 깼다며 민주당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과 야권의 특검법 발의 소식에 "지난 4자회담에서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교섭단체간에 계속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교섭단체도 아닌 분들과 특검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은 합의정신에 반한다"고 야권을 비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야권 연대를 통해 이득을 봤던 것들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서 특검법을 꺼내든 것이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특히 새누리당은 예산안과 민생법안, 국정원개혁 입법 등과 관련해 야당이 '먹튀'를 할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대신 국정원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사이버 테러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좋다"며 "이 문제들을 내년 2월에 처리한다고 미루면 민주당이 먹튀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정원개혁이란 성과를 거두고 나면 민주당이 입을 닦고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린 민주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야당도 정부와 여당을 믿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의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대선공약 후퇴 내지 파기 사례를 꼽고 있다. 철도민영화 논란보다 사회적으로 더 파장이 큰 대선공약까지 파기했는데 이번 민영화를 안 하겠다는 약속쯤이야 더 쉽게 어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철도민영화 금지조항을 철도산업발전법 안에 포함시키자는 자신들의 주장을 거부하는 정부와 여당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간사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정부가 진정으로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민주당이 제시한대로 법적인 장치를 만들면 된다"며 "그런 길이 있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그걸 왜 받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국정원법에 국정원 통제방안을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 국정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법제화를 강하게 주장하도록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연말정국에 임하는 여야가 상호불신의 늪에 빠지면서 4자회담 시 합의됐던 국정원 개혁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물론 각종 민생 법안 처리까지 불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이 철도 민영화 논리에 대응하는 홍보물을 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홍보전단의 제목은 '늑대가 나타났다'이다.
홍보물은 철도 민영화 논리를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이 이은 민영화 괴담이라고 주장고 있다.
실제 홍모물에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긴 쉽습니다. 그러나 늑대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고, 지루하고, 힘듭니다"라며 "교활한 양치기 소년 때문에 우리는 어려고, 지루하고, 힘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철도 민영화 주장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허위 선동에 맞서겠습니다"라는 철도민영화 괴담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철도민영화 반드시 추진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철도민영화 예정대로 추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철도민영화 없습니다'라고 역대 대통령의 철도민영화 발언을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아울러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철도민영화 발언에 대해 지난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이번 철도파업의 경우 대화와 타협의 소지가 전혀 없고, 조기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발언과 비교하며 말바꾸기라고 지적했다.
그 새누리당 홍보물처럼 국민들은 지금 여야 정치인들을 향해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