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하다'라는 단어는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혹은 이용하는 주체는 권력이나 체제를 유지, 보호하기 위한 관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이 단어는 권력을 갖지 못한 세력,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세력, 기득권의 범주에 들지 못한 세력에게는 절대로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반동성을 제어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되어 온 이 단어는, 그렇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고 치명적이며 정치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단어는 정치 논리에 의해 언제든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극한의 확장성을 갖는다는 특징이 있다.
'불온하다'란 단어는 '반공'이란 정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빨갱이, 좌익, 용공세력'을 만들어 냈고, '정권비판과 정책비판'에 직면하게 되면 국가보안법이란 올무와 함께 '종북, 좌파, 체제전복 세력'을 양산해 냈다. 이처럼 '불온하다'라는 단어는 권력과 체제유지를 위한 최고의 카드였고,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제외하면 한결같이 권력과 체제를 위한 충직한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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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시절 완전히 자취를 감춘듯 보였던 이 단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08년이었다. 당시 국방부가 병영 내에 반입금지 및 독서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는 '불온서적' 목록의 저자와 출판사들이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던 것이다.
당시 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23가지의 목록에는 1999년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작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인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 동화작가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나님',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의 저서 두 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당시 재판부가 국방부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 지정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이 배제되어 있어, 국민들의 보편적 상식과 인식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이 목록에 자신의 저서가 두권이나 포함되었던 노암 촘스키는 "자유를 두려워하고 사상과 표현을 통제하려는 이들이 늘상 있게 마련이며, 대한민국의 국방부가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마도 국방부를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부서'로 개명해야 할 것 같다."며 국방부의 태도를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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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등장 이후 급속하게 기울어져 버린 보수, 더 정확히는 수구보수와 진보의 무게 저울추에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의 선두주자인 국방부가 빠진다면 어색한 일이다. 최근 지난 대선의 불법부정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국방부가 다시 한번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을 재연하며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섰다. 지난 번에는 불온서적으로 파문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불온곡'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불온곡'으로 지정한 곡은 모두 50여 곡, 이 노래들은 이제 시중 노래방에서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국방부가 이를 '불온곡'으로 지정해 노래방기기에서 삭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MBN이 단독보도한 국방부의 '볼온곡' 목록에는 '우리의 소원', '그 날이 오면' 등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내용의 노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까지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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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엽기적인 발상으로 이제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노래조차 부를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오래된 전통 민요이자 국민 민요인 '아리랑'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가 우리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면 모를까, '아리랑'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다면 모를까, 국방부의 이와 같은 비상식적 기행과 집단적 일탈에 수긍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국방부의 답변과 태도 역시 가관이 따로 없다. 국방부는 "왜 이런 곡들이 '불온곡'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지 전혀 모른다."며 말꼬리를 흐리는 것으로, 이같은 행태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짓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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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13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이상 징후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불온하다'라는 단어는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고 서두에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민권력에 맞서 '불온한' 권력이 '불온한 행동'을 일삼으며 다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해 가고 있는 이 '불온한' 시대를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 지 두렵고 또 두렵기만 하다.
바라기는 오래되고 헤묵은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며 이 '불온한' 권력과 체제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진짜 '불온한' 사람들이 미래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 만이 막장같은 이 '불온한'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