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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TPP 참여결정을 철회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달 29일 환태평양 경제협정, 즉 TPP협상에 참여하기로 사실상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독단적이고 성급한 결정입니다.
TPP는 경제와 외교안보의 두 가지 측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첫째, 경제적 측면을 보면, TPP참여국 중 우리가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뿐입니다. 이중 멕시코와는 ‘FTA협상 재개 여건조성’에 있기 때문에 TPP는 사실상 한일 FTA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제조업에서 對日 무역적자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압도적 견해입니다. 오죽하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TPP참여를 반대 한다는 기사가 나오겠습니까?
TPP에 참여하면 서비스, 금융보험, 지적재산권은 미국에게, 제조업은 일본과 EU에게, 농축수산업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게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외교안보적 차원입니다. TPP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닙니다. 보수언론도 지적하듯이, TPP는 “중국 포위 경제동맹”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동북아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외교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예리하게 충돌하며, 하루가 멀다고 요동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한미동맹에 의존해 온 우리로서는, 한미일 삼각 동맹을 통해 중국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난처한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TPP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의 외교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이처럼 TPP는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나라의 장래와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한번 체결하면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절대 독단적으로 성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 졸속적인 한미 FTA 추진으로 이루 말 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치렀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미 FTA 덕에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았다는 주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다시 이를 반복해선 안 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우선 TPP 참여결정을 철회하고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국민들과 함께 경제적·외교안보적 득실을 충분히 따진 뒤 그 결과와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