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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콘서트가 있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 고문의 ‘10년 후 통일’이다. 17일 낮 2시였고, 콘서트장소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이었다. 그런데 콘서트 장은 수용인원을 훨씬 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파로 넘치다 못해서 대 혼잡 그 자체였다. 입구를 지나 콘서트 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들어가든지 앞사람을 밀치고 들어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내방객 중에서 눈에 띄는 인사로는 통일전사 백기완 선생님을 비롯해서 함세웅 신부님과 장준하 선생님의 장남 장호원 씨를 비롯하여 원로 독립운동가, 시인, 영화감독, 소설가 음악가 등이었다. 유명 전 현직 국회의원들만 해도 100여명 이상이 내방했는가 하면 민주당의 당직자들은 김한길 대표에서부터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 당 대변인들이 총 출동한 것 같았다. 구의원과 시의원들은 물론이고 다수의 구청장들이며 시도군 단체장도 명단에서 빠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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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문외한인 필자의 눈에 띈 사람들만 해도 김한길 대표는 물론 사무부총장인 이동섭, 이승로 김현중이고 정세균 전 대표, 김관영 대변인 박지원, 이종걸, 원혜영, 문재인, 박영선, 이석현, 황규홍, 신경민, 노웅래, 유성엽, 신계륜, 정대철, 추미애, 정청래, 진선미, 김재윤, 심상정 박혜자, 부좌현, 유대훈, 신기남, 김유정, 장복심, 전현희, 김유정, 이부영 등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전 현직 국회의원으로 붐볐다.
북 콘서트는 식전행사와 본 행사로 나뉘어졌는데 퓨전국악으로 흥을 돋은 후 내빈소개로 들어갔고 이어 축하인사와 덕담 릴레이가 있었다. 열기로 넘치는 장내분위기를 식히려는 듯 잠시 가수 조영남과 최유라씨가 보내는 영상편지에 이어서 축가가 불려졌다. 콘서트는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사회를 봤는데 정동영 고문과는 북한 방문을 수행한 인연으로 친분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작업하는데 소통은 문제없었냐?”는 물음에 “정 고문님이 워낙 준비를 철저하게 잘 해 와서 큰 어려움 없이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는 대답을 인터뷰 전문 작가 지승호 씨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정청래 의원은 북한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장성택 사건에 대해 발표를 빨리 해주는 것이 국가적인 혼란을 줄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확인과 동시에 여야를 떠나서 발표를 하게 됐다는 소개를 해줬다. 여담으로 수많은 사람 중에서 ‘10년 후 통일’을 읽고 정동영 고문에게 제일 먼저 책을 읽은 독후감을 말한 사람 역시 자신이라면서 곁들여서 그 사실 또한 자랑 삼아 굳이 밝혀야겠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다음은 토크쇼의 대미를 장식한 정동영 고문이다. ‘10년 후 통일’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어떤 방법으로 10년 후 통일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그 특유의 논리정연하면서도 명쾌한 해설이 있었다. 정동영 고문은 참석자 모두에게 ‘통일이 밥이다.’라는 화두로 청중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더니 하루 속히 남북한 경제협력과 빈번한 교류를 해서 왕래하는데 불필요한 온갖 장벽을 허무는 것, 그것이 실직적인 통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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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15에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를 72시간 타고 바이칼호수까지 갔다. 다양한 교류와 경제적인 협력으로 개성공단을 당초 예정했던 규모대로 풀 가동시키고 금강산 관광도 재계하며 남북이 서로 오가는데 걸림돌이 없어질 때 그것이 실질적인 통일이 된다. 대륙횡단 열차를 타기위해서는 비행기로 남의 나라 땅에 가서 역시나 낯선 땅에서 교통편을 바꿔 타는 식이다. 그러느니 처음부터 목포나 부산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시대를 열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역설했다. 바로 며칠 전에 북한과 중국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에 합의했다는 말을 덧붙이며 모든 것에서 뒤처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10년 후 통일’ 북 콘서트 장에 모려든 그 많은 인파는 어떤 의미일까? 참 유인경 기자가 객석을 향하여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도 했다. 이말을 받아 어떤 청중은 “네, 지나치게 안녕해서 탈입니다.”하고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거운 침묵이 더 많았다. 시국이 하 수상하고 국민을 옥죄는 한랭전선이 대한민국을 유달리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얼어붙은 한국이다. 모든 면에서 과거로 회귀하거나 제자리를 답습하는 현실이다. 이런 한국에 또다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할까?” 언제 다시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떠오르게 될까?” 4대 강국에 둘러 싸여 그들이 기침을 할 때마다 중병을 앓는 나라다. 온갖 부정의 악성 변태가 창궐하는 대한민국 호다. 이러한 한국에 해는 또다시 떠오를 수 있을까?
박정례 / 기자 / 르포작가 /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