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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신뢰가 자산이라고 자랑하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가 내세운 공약은 줄줄이 축소되고 후퇴했습니다. 말로는 ‘서민’이니 ‘민생’이니 하지만 실제는 ‘의료민영화’와 ‘철도민영화’의 첫 단추를 꿰고 있습니다. 양심을 팔아 그들만의 잔칫상을 차리는 셈이지요.
이명박 정권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뭉개기 작전으로 어느새 저편으로 밀려났지요. 그 사이 사찰 당사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승진하거나 어떤 이는 공기업 감사로 취직해 월 500만원을 받는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했습니다. 이를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은 얼마 전 유죄판결을 받고 졸지에 직장을 잃고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지요. 전 정권과 현 정권 사이에 모종의 결탁이 있지 않고서야 어디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국정원 댓글사건은 또 어땠나요. TV토론에서 죽을 쑨 박근혜 후보가 위기에 처하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해 ‘그런 거 없다’시치미를 떼 준 경찰나리들이 있지요. 그들은 박근혜 정권 초에 승진하거나 영전해 자리를 보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수사하던 권은희 수사관은 한직으로 밀려났지요. 이것은 청와대와 당사자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지 않고서야 어디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4대강은 또 어떻습니까. 사업에 찬성하거나 동조한 사람들은 줄줄이 훈장을 받았지요. 한 교수는 4대강을 지지하는 칼럼을 썼다고 훈장을 받고, 한 중은 사업성공을 기원하는 불사를 올렸다고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런가하면 말 한마디 거든 학자, 홍보 문구 한 자라도 쓴 공무원, 모래 한 삽이라도 거든 업체도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사이 4대강은 녹색성장의 ‘녹조라떼’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변했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했습니다만, 훈장잔치를 벌인 그들은 박근혜 정권의 묵인으로 지금도 안녕합니다.
최고권력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세력은 지금도 그들만의 안녕을 지키려 견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과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종북’으로 몰아세우고 부정선거라고 말하면 ‘대선불복’이라고 역공을 펼칩니다. 유신혈통을 지닌 호위대와 충성스러운 ‘종박’들은 ‘최고존엄’의 안녕이 곧 나의 안녕이라는 생각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오늘도 눈물겨운 노력을 합니다.
그들의 아성은 깰 수 없는 벽이라고 체념하거나, 정권을 잡으면 원래 다 그래 라고 묵인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방관할 때 그들은 안녕할 것입니다.
양심을 팔아도 돈이 되지 않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입니다. 양심을 팔아도 표가 되지 않는 선거가 공명선거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 아니 벼르빡에 대고 소리라도 질러보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