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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과 박근혜정부출범 1년에 대한 평가를 보도자료와 인터뷰 자료를 근거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론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신대 윤평중 교수의 견해를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지난해 대선은 안정감이 결여된 후보보다 안정적인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선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변화와 개혁이었다. 그 점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쟁력이 있었다. 개혁을 할 수 있는 결단력과 문제를 풀어가는 안정적 능력에서 진보 진영 후보보다 더 많은 신뢰를 얻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요인으로 윤 교수는 "안정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대척점에 있는 듯 보이는 가치인 경제 살리기와 경제 민주화를 조화시킨 점"을 꼽았다. 기존의 보수적 관점에서는 상당히 개혁적일 수 있는 의제까지도 공약에 담아내며 중도층의 지지를 적극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당 이름을 변경하고 유니폼을 빨간색으로 바꾼 일은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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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과정에서 진보적 의제를 수용한 박근혜 후보는 기존의 보수와 다른 모습이었다. 과거 진보 진영이 '수구'라고 말하는 보수, 즉 '신념의 보수'로서보다는 '실용적 보수'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요즘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경제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의 동시 성취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모자란 임기 첫해를 소모적 정쟁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에 대한 답답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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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다수의 국민이 안정감과 신뢰를 원하는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퇴영적이거나 과거로 돌아가는 경향은 싫어하는데,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보여준 변화와 개혁의 의지가 점차 줄어든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대선 이후에도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해가는 덧셈 정치가 돼야 하는데 대선 때의 확대된 외연을 잃어가는 뺄셈 정치를 보여줬다"며 "실용을 중시하는 합리적 보수에서 과거처럼 이념을 앞세우는 신념의 보수로 회귀한 듯한 느낌까지 받는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이들에게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던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의 경우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선 출마 당시 내건 약속은 '경제 민주화, 복지, 일자리'와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였는데 돌아보니 박근혜정부의 첫해는 특별히 하는 게 없는 듯하다"며 "개성공단 문제 등을 잘 처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그것을 업적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변화와 개혁의 능력을 보고 국민이 선택했는데 이에 부응하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단어는 '국정원' '검찰', 그리고 무슨 무슨 '의혹'이었다"며 "그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는 주무 장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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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답답함이 있을 법하다.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의 핵심 어젠다나 정책이 주목받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선 댓글'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세월을 다 보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댓글 문제를 빨리 진화했으면 이 정도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별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의혹이 커졌다. 전 정권의 문제가 현 정권의 문제가 돼버렸고, 국민에게는 무마하고 덮으려는 인상을 줬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과 공기업 개혁 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이끌 때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률이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발의했는데, 이제 와서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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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에 관해선 "박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처럼 공기업을 확 뜯어고쳤어야 했다"며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한국 경제가 체력이 남아 있어 버텼지만 이제는 공기업 빚이 더 쌓여 지탱하기 어렵게 되면 한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대선 과정에서 꾸준히 공기업의 재정건전성을 강조했으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구체적 액션 플랜을 짜고 준비를 하며 실행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의 지적은 대선 때 경제 민주화 공약을 기획하면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이달 초 새누리당을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종인 전 의원과 이상돈 교수는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구성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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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는 보수의 트레이드 마크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국민은 진보 진영에 비해 보수 진영이 경제 살리기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 표를 던졌다"며 "지난해 대선은 대한민국의 번영 모델을 재가동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가 표현된 선거"라고 분석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세계사적으로 독창적인 발전 과정을 만들었던 대한민국이지만 경제위기를 겪으며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자 그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민주 프로젝트'와 '번영 프로젝트'의 대결에서 번영 프로젝트가 승리한 것"이란 말도 했다.
문제는 대선 이후 경제가 제대로 살아나고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는 보수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아직 판단을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핵심은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미션인 번영 프로젝트(경제 살리기)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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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약속했던 경제 민주화는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 등은 국민이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과가 나타나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야당이 더 못하기 때문이란 진단이 나온다.
윤 교수는 "상대편인 민주당의 부진으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지지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박근혜정부가 잘못했던 것보다 진보 진영이 몇 배로 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많은 이들이 경제 살리기 등의 효과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판단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게 관망하는 시점이 사라지는 내년 봄이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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