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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표지에 신영복 선생의 빨강색 ‘10년 후 통일’의 제호로 박재동 화백의 정동영 캐리커쳐가 그려진, 정동영∙지승호 지음의 『10년 후 통일』이라는 책 한 권을 전해 받았다.
공동 저자 정동영 전 장관이 아르헨티나에 있는 나에게 인편으로 저자 사인까지 넣어서 보내 주었다. 이 책은 36시간 비행을 한 후에 내 손에 들어왔다. 사실 아무리 지구촌화된 세상일지라도 이 먼 곳까지 보내준 마음이 가슴에 와 닫는다. 책 뒷표지에 백낙청 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함세웅 신부의 추천사가 있으니 멀리 있는 서생의 부족한 글이 사족에 불과하리라....
평소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담을 가졌고, 개성공단이 가동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으며, 통일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노력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승호라는 범상치 않은 인터뷰어와 경험과 비전을 가진 정동영과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성공단, 북핵 문제, 남북 평화 체제, 한국 국가 발전 등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난 이곳 아르헨티나 학자,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자주 접할 기회가 있다. 더욱이 이 나라 학생들에게 남북문제와 북핵 관련 문제에 대해서 강의할 기회가 많았다. 앞으로도 이 주제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진단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일가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래서 ‘10년 후 통일’이라는 책 내용이 나에게 매우 유용하기에,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중요한 내용은 연필로 밑줄을 긋고, 꼭 기억해야 할 수치나 사건에 대해서는 페이지를 접어가면서 읽었다.
맛 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 하면서 먹듯이 이 책을 단숨에 읽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읽다가 머리맡에 잠시 두다를 반복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 보았다. 아! 이런 게 감동이라는 거로구나 라고.....
정동영은 책의 글머리에서 다소 황당한 얘기를 꺼낸다. 골드만삭스가 “한국 경제가 2040년에는 영국, 프랑스와 독일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미국 다음으로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생존 경쟁이 가장 치열한 나라, 노인을 포함한 국민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젊은이들이 사랑도, 결혼도, 자식 갖는 것도 포기하는 3포 시대의 나라, 정치가 권위주위로 회귀하는가를 염려하게 되는 나라, 민주화를 이루고, 산업을 일구고, 소득이 2만 불을 넘었다는 나라에서, 앞날에 대한 불안이 가득한 국가 사회가 한국이다. 한 고려대 대학생이 게시판에 올린 단순한 물음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여러 대학교의 학생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져 ‘안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로 불어나고 있는 그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대도 세계적으로 권위를 자랑하는 골드만삭스가 터무니없는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정동영은 부침이 심한 정치인이다. 젊은 미남 아나운서로, 앵커로 활약했던 시절은 물론 정치인, 장관, 집권당 대표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시기가 그에겐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낙선, 외유, 고향에서 당선으로 비난과 지탄도 그의 몫이었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선 주자로서 자책으로 촛불집회, 노사분규 현장, 용산 참사 희생자, 김진숙 살리기 희망 버스 등 사회의 각종 힘들고 어려운 곳을 찾는 일은 지금도 계속된다. 민주당에 당원이 주인이고 당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추구하게 한 장본인이다. 19대 총선에서 보수 새누리당의 아성인 강남에 투입되어 전사한 것도 정치인 정동영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남북한 통일과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한 상생의 길,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남북 평화의 길을 안내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골드만삭스가 가상한 국민 소득 8만불 시대는 더 많은 개성 공단을 통해서 대륙경제시대를 이룰 때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개성공단은 통일을 이룬 독일의 동방정책 설계사 브란트 수상의 특급 참모인 에곤 바르씨가 매우 부러워했다는 이야기, 아버지를 화마에 잃고 폭도의 누명을 쓰고 형을 살고있는 이충현씨가 정동영과 면담에서 “교도소에서 나가면 어려운 사람을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는 이야기 등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김정일과의 장시간에 걸친 줄다리기, 미국의 매파인 국방장관 럼스펠드를 담판으로 설득한 용기,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분위기를 조성한 지혜 등에서 공직자의 역할과 공직자의 능력여하에 따라서 국가의 이익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OECD가 한국 경제는 2031년 부터 잠재 성장률이 0%가 되어서 발전이 가능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는, 남북한이 협력하지 않고 각각 별도로 존재할 때의 이야기이지만, 골드만삭스의 전제는 남북한이 개성공단을 더욱 확대하여 남한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 토지와 광물자원 등을 결합할 때 세계의 2위의 경제 규모에 개인 소득 8만 불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가 있다는 전망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만든다.
그 외에 지금까지 한반도 핵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전된 2005년 9월 19일 베이징 6자 회담 공동성명이 있기 까지 노력 등 많은 중요한 자료와 증언이 포함되었다. 결국 대한민국은 9.19정신과 개성 공단이라는 두 바퀴를 가지고 나아갈 때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 이다.
저자는 또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이룬 햇볕정책 등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대북 강경 정책으로, 남북 간의 긴장이 조성되고 금강산 관광,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의 길이 막히고, 개성 공단 문제도 어려움을 겪는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 책은 마지막에 덤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 공동위원장인 통일 운동의 정신을 가진 공단 투자 기업인 유동옥 회장의 경험담도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이 책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일독하길 권한다. 막힌 남북 문제와 경제 발전에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를 경영하고자 하는 정치인은 물론, 관료, 학자, 언론인, 지식인, 학생과 나라의 장래를 걱정을 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이 ‘10년 후 통일’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일독을 권한다. parkcoa@naver.com
<박채순 : 정치학박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