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문제가 되고 있는 신간 저서'비망록' 지난 대선 무렵, 야권 인물로 당선 유력한 카드는 안철수 후보였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한 객관적 사실로 숱하게 입증되던 상황이었다. 그런 그를 친노세력이 온갖 간교를 부려 밀쳐내고, 거기 어거지로 문재인 의원을 후보로 세웠다. 그리고 100만표 이상 격차로 패배했다. 심지어 수도권 종합 성적에서조차 밀렸다.
문재인 측의 이러한 패퇴의 이면에는 국정원 등에 의한 부정선거 개입이 일정 부분 작동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분명코 또 다른 요인이 크게 상존한다. 선거 전략에 있어서도 사실상 박근혜 측에 비해 어리숙했다. 파상적 공세 여건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박근혜 측에 의해 질질 끌려 다니며 수세에 몰렸다. 우왕좌왕하다 선거전이 끝난 셈이다.
여기서 문재인 후보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선을 치루었음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큰 전쟁을 치루는 전장의 최고 장수가 배수진은 고사하고, 그 자신이 도망할 궁리부터 했다는 졸렬함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 하의 부정선거 개입을 묵과하자는 뜻은 결단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철저히 밝혀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여러 정부 기관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그야말로 내란에 준하는 엄청난 범법 행위다. 그것 자체로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 또한 인정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은 야권으로서는 사실상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매우 따가운 시점에서 치루어진 선거였음을 우선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졌다. 물론 여기서 부정선거 개입은 별개 사안으로 둔다. 그 점을 희석할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지난 안철수-문재인 간의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을 놓고 경거망동을 일삼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패인이 마치 안철수 후보 때문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출판물의 발간이 그것이다. 거기 담긴 당시 안철수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제시했다는 협상 내용에 대한 문제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 측근으로 알려진 송호창 의원과 금태섭 변호사가 몹시 불쾌한 반응을 나태내고 있다. 홍영표 의원 개인에 의한 일방적이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도 충분히 이해된다. 대통령 자리를 거머쥘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직을 양보하고 또 선거까지 도와줬는데, 오히려 음해를 당하는 처지니 참담한 심경일 것이다.
그리고 설혹 홍영표 의원의 말이 사실에 기반한다고 할지라도, 그러나 협상 당사자간에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비밀에 붙이는 것이 불문율이다. 더욱이 승리 가능성이 훨씬 높았던 진영에서 그런 정도의 주문은 능히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적반하장도 이런 정도면 듣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넘어 가슴을 치게 한다.
도리와 절제를 모르는 무분별한 처사는 재앙으로 귀결된다. 홍영표, 그는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도 턱없이 모자란 사람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배고픈 아이가 젖 달라고 보채는 격이다. 그야말로 인간됨에 대한 심한 절망과 회의를 낳게 한다. 거듭 문재인 의원을 위시한 친노세력의 극명한 한계를 엿보게 된다.
더욱이 총력을 모아 박근혜 정권에 대항해도 부족할 판국에 또 다시 야권의 자중지란을 유도하고 있다. 한 마디로 똥 오줌 분간 못하는 사람이다. 박근혜 권력의 프락치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더욱이 홍영표 의원은 치명적 독소 조항이 그대로 담긴 한미 FTA를 새누리당과 함께 주도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러한 의구심이 더한다.
친노세력이 그러한 이중적 인식을 지녔으니,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 회의록마저 공개하자고 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보신을 위해서는 주군마저 부관참시하겠다는 간악한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이 극도의 고난을 받을 때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였었는지 묻고 싶다.
사실 그러한 저의에는 내년 지방 선거를 비롯한 향후 정치 일정을 앞두고 극도의 불안에 빠진 친노세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력없는 선수가 링에 오를 날이 가까워지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과 매양 다르지 않다. 그러한 심리적 기저가 고스란히 들여다 보인다.
한 마디로 저열하다. 아니 파렴치하고 치졸하다. 간악한 인간성 앞에 치를 떨게 된다. 그런 작태로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할 생각이라면 아예 정치를 그만 두는 것이 옳다. 그것이 홍영표 의원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정치판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되리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