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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민들의 촛불집회 포스터입니다. 파리에서 이른바 '환영 촛불집회'를 연다는 것입니다. '댓통령'이라는 말에서 보듯 풍자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런 풍자를 언제 제대로 경험했었는가 돌아보니, 그게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입니다. 그 당시에 그것을 '쇠고기'로만 보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은 그 촛불이 바로 '불통'에 대한 경고였음을, 그리고 민족 자존심 훼손에 대한 분노였음을 애써 외면하는 듯 합니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야당은 말만 나오면 괜히 쪼그라드는 바로 그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대선에 불복한다" 입니다. 이것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과가 도출된 그런 선거라면 그런 말이 되겠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선거가 관건선거, 공작선거였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은 바로 모든 권력을 태어나게 만드는 바로 그 '선거'에 대한 공작일 것입니다.
이미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해외 동포들의 '선거 불복' 움직임은 계속 있어 왔습니다. 그것은 동포들이 오히려 국내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멀리서 한국을 관조하는 상황 속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 잘못된 부분이란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란 사실을 보다 정확히 인식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쫓겨, 혹은 정치에 대한 환멸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기피하는 부분도 크겠지만,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해 온 대중조작과 정치는 오로지 직업정치인의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한국보다는, 보다 리버럴한 환경에 있는 해외의 동포들이 이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 온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런 것을 인식해 온 까닭인지, 정권 차원에서의 해외 동포 사이트에 대한 공작도 상당했었고, 이제서 사실로 밝혀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물론 군 사이버사령부 역시 해외 동포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론몰이 공작을 벌인 것이 들통났습니다. 그리고 저도 개인적으로 겪은 일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의 대표적 한인 사이트 중 하나인 '케이 시애틀'에서 국정원 요원인 김모 영사가 그 사이트에서 영사관 일부 직원들과 함께 벌인 댓글 놀이는 결국 컴퓨터 실력이 출중한 몇몇 동포들에 의해 들통나기도 했었습니다.
이들의 공작은 동포사회를 양분시켜 놓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동포사회의 형성 과정에 있어서, 지금의 동포사회 주류를 이룬다는 사람들이 과거 유신 시절이나 5공 시절에 온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정치의식이라는 것이 자신들이 떠나온 그 시점에서 고정되어 있는 까닭에 보수 성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요. 이들의 의식은 유학생들이나 비교적 최근 이민을 온 사람들의 시각은 그때와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런 것들이 동포사회의 분열마저도 촉발시켰으니 이명박 시대 이후 한국 정부의 죄과는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포사회는 언제나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지지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과거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을 혐오해서 이민온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도 동포사회 안의 문제의식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이민이나 유학이라고 하면 미국이나 일본이 주류였겠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보다 다양한 국가들이 무대가 되고, 이런 나라들에서 보고 배우며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다 깊고 넓게 일상에서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의 한국 상황에 대해 우려와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여기에 체재국의 비교적 객관적인 언론들이 한국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부정적인 보도들, 그리고 실시간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한국의 상황은 당연히 우려를 더 증폭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반독재 반파쇼 운동은 있었으되 소수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있는 동포들은 늘 한국의 민주화를 지지해 왔고 한국의 민주 인사들을 지원해 왔었습니다.
지금은 21세기, 인터넷이라는 전혀 다른 의사소통 공간 안에서는 물리적 거리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에 이어 영국, 독일의 동포들도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이런 활동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들여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시간으로 비추이는 한국의 모습이 걱정스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바깥에서 한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오래 전부터 해 왔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이곳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들은 떠나온 내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지, 나라가 망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외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이 이렇게 더욱 더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북한같은 유사종교 비슷한 (이번에 박정희 추도예배 등등의 뉴스들을 보면서 딱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추모행사나 별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황으로 간다면, 그런 식으로 어렵게 찾아온 민주주의가 말라죽어간다면, 세계 각지의 동포들과, 또 그들과 연대하는 각국의 양심들은 더 크게 목청 높이고 촛불을 함께 들게 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