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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국과 일본은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의 핵심은, 미국이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른바 ‘해석개헌’에 의해 일본의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사실상 전쟁개시권을 승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미국의 승인은, 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크게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이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위협, 그리고 사이버 공격과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해서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 의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회귀 정책의 임무 일부를 일본에게 위임한 셈입니다.
일본은 과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겼던 당사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침략전쟁 사실을 부정합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빈약합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등, 퇴영적 역사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절대로 찬성할 수 없고, 나아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강력한 반발은커녕) 외교적 유감 표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세입니다.
유럽이 NATO라는 집단안보체제를 확립하여, 평화와 번영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차 대전 패전국 독일의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집단안보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일본의 반성은 필수적입니다.
미국도, 일본이 “워싱턴 체제(1921년)”를 깨뜨리고 만주 침략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며, 급기야 태평양 전쟁으로 미국에 창끝을 겨눈 나라라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패권이 바뀔 때마다 한반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쟁과 환란의 고통을 당해야했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세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각축의 한복판에 있으며, 미국과 일본 간의 이번 선언은, 동아시아 안보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을 경계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