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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로 은근한 애정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양상이다.
안 의원이 이른바 ‘안철수 신당’을 차리면, 박 시장이 시집인 민주당에서 뛰쳐나와 친정격인 신당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이 최근 박 시장에게 민주당 탈당 후 신당에 합류할 것을 공식 요구했으며, ‘민주당원으로 남겠다’며 완강한 입장을 밝혔던 박 시장도 태도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의원 측과 박 시장 측의 물밑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안 의원과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지난 18일 YTN에 출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사람을 찾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박 시장이 저희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민주당이 20% 정도밖에 지지를 못 받는 상태에서 아무리 박 시장이 잘하고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 의원의 발언은 한마디로 ‘지지율이 낮은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으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쉽지 않은 만큼 탈당해서 안철수 신당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는 뜻이다.
그러면 박원순 시장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는 민주당을 탈당해 ‘철새정치인’이라고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거기에는 안철수 신당이 독자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박 시장은 그런 자신의 생각을 줄곧 안 의원 측에 전달해 왔다.
그는 지난 4월 1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겠냐’는 질문에 "민주당원이니 당연히 그래한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신당을 구성하면 함께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싫든 좋든 어쨌든 민주당원으로 이미 입당을 한 상태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박 시장은 6월5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안철수 신당 참여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저는 민주당 당원인데 민주당에 남아야 한다”고 일축한 바 있다.
즉 자신은 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원이니만큼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안철수 신당이 독자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피력했었다.
그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뭘 크게 잘못해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몰라도 나름 잘 해왔는데 (안철수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야 하겠느냐"며 ‘안철수 신당이 독자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철수 측은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하고 말았다.
실제 안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은 바로 다음 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박 시장에게는 사실상 최후통첩과도 같은 것이다.
즉 신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 무조건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이니, 박 시장은 신당에 합류해 신당 후보로 나서든지 아니면 민주당 후보로 나서 새누리당, 신당 후보와 함께 힘겨운 3파전을 벌이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뜻이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박 시장이 최근 신당합류와 관련 "시정에 몰두하겠다"면서도 "이건 사람의 뜻이라기보다 하늘에 뜻이 있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는 박 시장이 그동안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더라도 민주당에 남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태도 변화로, 양측의 물밑교감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시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아마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신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박 시장은 시류에 따라 자신의 뜻을 이리저리 바꾸는 ‘간보는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