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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혼외 아들' 문제로 시끄럽게 불거졌던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사태. 최근 그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를 매우 정확히 알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국정원 대선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의 특별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 지청장이 업무에서 전격 배제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팀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3명을 전격적으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 상부에 보고 및 결재 없이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하긴 웃기는 일이죠. 이런 일을 하면서 황교안에게 보고하면 먹히기나 할까요?
아마 특별수사팀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존경의 마음, 그리고 시기적으로 지금이 국정감사 기간이라는 배경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일련의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근본적 동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생각해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추측일 뿐이긴 하지만, 이것이 갖는 의미는 결국 검찰 내부에서의 권력다툼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도, 이명박 이후 화려한 부활을 한 '신 공안체제'의 구조가 일부 바뀌면서 생기는 일종의 삐걱거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검찰 자체가 축이었다면, 박근혜 정권 아래서는 오히려 국정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제로 재편되면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검찰 안에서도 이른바 '공안통'으로 있었던 사람들은 과거 10년간 민주정부 당시엔 기를 별로 못 펴고 있다가 이명박 집권 이후 조금씩 기를 펴기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 공안가도에 접어들자 이를 자신의 영달의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박근혜의 '이명박 사람 쳐내기'가 겹쳐지면서 이른바 '공안 왕당파'의 중심으로 황교안이 섰던 것이고, 이에 대립하는 '공화파'로의 검찰총장 채동욱이 있었던 셈이지요.
이른바 공안 라인과 특수 라인의 갈등은 직접적으로는 검찰 내의 파워 게임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박근혜의 검찰 라인 장악 과정에서 현재 풍향계가 공안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의 반증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것은 이 공안정국이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게 답답합네요.
공안검사... 옛날 오제도라는 인간이 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이민 오기 직전까지 누하동에 살았고, 그 때문에 선거만 있으면 그의 얼굴 사진이 실린 선거 벽보를 보며 자랐습니다. "어제도 오제도, 오늘도 오제도!"라는 구호가 함께 걸려있는. 아마 우리나라 공안검사들의 가장 높은 선배가 될 겁니다.
이 사람이 만든 사건이 꽤 여러 개 되지요. '보도연맹'을 만들어 나중에 적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여간첩 김수임 사건(이이제이 김수임 편을 참조하세요)' 을 만들고, 죽산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을 조작해 결국 죽산을 정치적 살해하는 데 앞장선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 검찰의 뿌리인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후예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기들과 결이 다른 사람들을 수사에서 쳐 내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어쨌든, 채동욱 총장 체제 아래에서 그와 결을 같이 했던 사람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쳐내질 것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어떤 짓을 하던 국민의 분노는 쌓일 테니까요. 그리고 '본질'이 아니라 '이미지'에 투표했던 것에 대해 후회할만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을 보면서 가장 빈번히 떠오르는 이솝 우화가 있습니다. 제우스를 졸라 왕을 달라고 했던 개구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결말은 아시지요? 이미지에 투표했던 여러분들, 어떻게 되셨습니까? 지금까지?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