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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를 16일간 문닫게 했던 치킨 게임이 끝났습니다. 완전히 이 사태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미국은 자국의 신용등급이 폭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 일단은 이 정쟁을 중단했습니다.
덕분에, 투자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마 지금까지 일손 놓고 쉬고 있었던 연방정부 내 여러 기관의 직원들은 두 주 동안의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나서 내일부터는 바쁜 업무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겠지요.
사실, 이번 셧다운은 미국의 일상에 적지 않은 불편을 끼쳤습니다. 당장 여권 발급 업무부터 은행의 스몰비즈니스 융자(SBA) 까지도 업무가 적체됐었습니다. 미국의 국립 사적지, 국립공원이 문을 닫아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는 면허 발급까지도 지연되는 등 일상 곳곳에서 불편을 가져와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일단 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일정 부분 정치적 승리로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지뢰는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완전히 입장을 정리한 것도 아니고, 시한을 두고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과, 적자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등 정치적 수사들만 난무했지,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자신들의 존망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국민의 뜻'임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국민들은 과도하게 행정부의 권력을 휘두르려는 오바마에게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고, 존 베이너 의장이 이끄는, 이번 파행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정치적 심판'을 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결국 국민의 힘은 이들이 지금 당장의 미봉책이나마 마련하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미국의 정치를 보면서도, 이것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 갑갑하긴 합니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가 이정도까지 망가진 상태에서 이를 루즈벨트 시절의 건강한 자본주의로 돌린다는 것이 얼마나 난망한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제의 묘미'가 살아 있는 이곳의 정치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상식이 실종되고 몰상식이 상식인양 자리잡고 있는, 마치 공화정이 아니라 왕정이 복고한 것 같은 한국의 정치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훨씬 보기가 편하긴 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