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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이 끝난지 열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정치권은 기울어진 나라 살림과 산적한 민생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반문해 본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소위 ‘깨어있는 시민들’사이에서 수개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대선 불복의 분위기가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국정원 댓글 개입에 대한 이슈가 재점화 되었고, 이어서 여야간의 NLL건, 대화록의 공개유무, 삭제유무, 존재유무등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일부 국민들이 촛불시위에 가담하며 국정원의 해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에서 더 나아가 박근혜 하야마져 외치고 있다.
국정원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로 경색된 정국에 더욱 찬 물을 끼얹으며 종북색출 작업에 들어가면서 반전을 꾀하고자 했으며 북한 김정은의 남한 총공격 명령, 3년내 무력통일등의 발언을 연이어 터트리며 국정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올인하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은 연이은 대선공약 파기로 인해 국민들에게 불신을 쌓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쯤되면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사상 유례없는 ‘정권초기의 카오스 현상’이라고 하겠다.
이 땅의 정치의 주체가 누구인지,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극한의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난 대선은 돌이켜보면 모처럼 야권에서 안철수라는 혜성같은 인물이 정치권에 등장하여 정치쇄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드높였다. 또한 지난 대선은 고질적이면서도 해묵은 한국 정치의 오랜 프레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정치를 당사자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아닌 국민에 의해 부름을 받으며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권에, 무기력증에 빠져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열망을 실현시킬 원동력마저 상실한 야권앞에 등장한 안철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과 정치 쇄신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하였다.
단언컨대 민주당은 단일화 과정에서 과감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맞붙어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있는 후보에게 양보했었어야 했다.국민들 과반수 이상은 안철수를 통해서라면 정권이 교체될 수 있었음을 여러 수많은 가상의 대결을 통해서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정치 교수들, 원로, 시민단체, 소설가들, 깨어있는 시민 아귀집단들을 동원하여 온갖 패악질을 일삼으며 조직의 힘으로 밀어부쳐 국민 후보를 주저앉힘과 더불어 국민보다는 구민, 국민보다는 당을 위해 결코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시대적 염원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죽을 힘을 다해서 야권 단일후보의 자리를 획득했노라면 죽을 힘을 다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선거에 임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지켜본 것은 말로만 내려놓은 통 큰 대국민 기만 코스프레 뿐이였다.
아직도 ‘깨어있는 시민’들은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를 분리하고자 애쓰고 있고 민주당은 뼈를 깎는 반성과 내부 쇄신보다는 어떡하든 안철수를 다시 한 번 더 내려앉히는데 몰두하고 있고, 친노의 기득권 유지와 부활을 꿈꾸고 있다.
끝도 없는 연대제의로 국민들에게 정치 염증을 심어주고 있고 최근에는 작년 대선때와 같이 시민연대니 원로회의니 하는 집단들을 통해 제2의 정치 연대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전 야권대선단일후보자의 신중치 못한 돌출발언과 이기적 행동등으로 더욱 정국을 꼬이게 하고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할 국정원 쇄신문제등을 지연시키고 민생정치를 등한시하게 하는등 리더쉽있으면서도 책임있는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박근혜 정권도 지금이라도 국정원 선거 불법개입에 대한 책임 소재를 확실히 묻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는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민주당과 더불어 정치불신을 키우는 주범으로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거대 집권여당으로서 선행되어야할 일들을 처리하지 않은 채 야당에게 민생으로 돌아와라고 외칠 자격이 없다.
민주당또한 장외투쟁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가면서 민생을 돌보겠다는 진정성 없는 말과 행동은 접어야 한다. 정권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정국이 절대 야당에 유리한 형국임에도 불구하고 왜 민주당이 국민들의 신뢰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지 뼛속까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기껏해야 안철수와 그 지지세력들을 누른다고 해서 그 지지가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만이자 착각이다.
현재의 정국은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친 원죄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혹자들은 안철수가 야권단일 후보가 되었더라면 국정권이 댓글이 더욱 악랄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온라인의 비열한 행위를 따져 묻자면 지난 대선 때 ‘깨어있는 시민 조직’들이 안철수에게 행한 극력한 패악질이 국정원보다 결코 뒤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정보기관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 허튼 짓을 했더라도 경쟁력 있는 후보, 다수의 국민들이 방패막이 되어있는 상태라면 더 이상 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서 여야가 합심하여 어려운 나라살림을 챙기는데 열 달을 매진했더라면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으리라고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여야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는게 매우 어렵고 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다.
우리는 지난 대선을 통해 정치쇄신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의 힘으로 정치구도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해묵은 정치 프레임과 공학을 벗어나 진정 국민들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중도 정치’의 안착이 필요하다.
안철수가 이제 그 국민적 기대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결코 메시아나 해결사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통해서 기대하고 투영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야의 극한의 이기적인 정쟁과 별도로 안철수의 민생행보는 하나 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민생 정치의 사례들이 되어 훗날 방대한 민심의 바다에서 만날 것으로 본다. 정치 초년생으로서 부담감과 압박감이 없지 않겠으나 슬기롭게 극복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중도 정치, 민생 정치를 지향하고, 국민위에 군림하지 않는 정치,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 정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지 않는 정치, 국민보다 당의 이득이나 개인의 정권욕을 취하기 위한 사사로운 정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진정 올곧은 진정한 ‘깨어있는 국민’들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은 민생정치로 돌아가고 여야는 지루하고도 소모적인 정치공방을 끝내고 국민들을 바라볼 시점이겠으나 그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기득권이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의식있는 국민들의 힘으로 해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치지형과 구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지혁 기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