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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되었군요. 입법부의 힘이란 것이 형편없었던 과거 시절에 비하면 삼권분립이란 것의 원칙이 그때보다는 지켜진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지금의 입법부가 아직도 행정부를 견제한다기보다는 행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상징적인 힘은 가졌으되 실질적인 힘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드문 것 때문이겠지요.
미국의 경우 이상하다 싶을 만큼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상, 하원중 적어도 하나는 꼭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근본적으로 삼권분립과 견제의식에 대해서 막연하지만 이를 지키려 하는 생각들이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보다 명확하게 자리잡지 못한 지금 우리나라에서 국감을 통해 국민들에게 일부 '시원함'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이 진짜 국민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창출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요원하다거나 혹은 가망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견제란 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의회와 행정부 사이의 관계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정치의 선진화는 필요한 일입니다만, 사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달구고 있는 이른바 '국회선진화 법'이라는 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차게 됩니다. 그런 식의 권력게임보다는 차라리 선거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처럼 1차투표를 통해 후보를 줄이고, 결선투표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묻는 식으로 선거 과정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국회 내의 정쟁보다는 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건 처음부터 단숨에 끝나버리는 선거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주권을 가진 시민들의 깊은 생각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투표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뽑힌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결국 그 한탕주의의 연장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만 확인할 뿐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한국의 정치가 구태에 발목잡혀 있다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딱 한가지만 저들에게 질문해 보면 됩니다. "결선투표제를 수용하겠는가?"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비교적 정치가 1세계 안에서는 '후진적인' 미국에서조차도 중간선거, 혹은 예비선거(primary) 라는 이름의 결선투표제가 있습니다. 결국 정치에서도 먹히는 한탕주의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안 가질 수 없네요.
아무튼 국감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지금 이 정부가 어떤 식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꼼꼼한 관찰과 견제가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저들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제도부터 분명하게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