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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이 지금 와서 말썽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이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일본의 주장을 인정했다는 것인데, 이에 발끈한 국민들이 요미우리 신문에 대해 소송을 걸었고, 그 소송에 대해 준비를 하던 요미우리측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내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조국의 국가원수가 '일본의 언론'에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것은 보기 참 그렇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대 놓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모습은 일본의 이런 주장을 침묵으로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작게 보면, 이것은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대통령의 말실수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시와의 회담에서 천연덕스럽게 아프간 파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대해 안했다고 하다가 정작 부시가 "우리는 아프간 파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하니 "아, 그랬던가" 하는 모습이 옛날 와이티엔 돌발영상에 비쳤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뻔히 올림픽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올림픽을 유치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던가요? 아무튼 '앞뒤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건지', 혹은 친절봉사 정신으로 주위의 국가들도 '손님은 왕이다' 식으로 일단 립서비스 식으로 모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일국의 정상으로서 보여줘야 할 모습은 아니다 싶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대책없는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촛불 사태의 발단은 일단 '광우병 우려 쇠고기' 때문에 촉발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무조건 쇠고기 수입 허용'과 '골프 카트 운전' 같은, 그의 국격과 자존심을 까먹는 행위도 일조를 했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과거에 MD 계획에 대한 무조건 찬성을 해 중국과 러시아의 신경을 긁어놓을 대로 긁어놓고 나서 중국으로 순방을 가는 등, 전혀 외교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었지요.
게다가 남북관계마저도 과거 한국계 미국 기자들의 억류 문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 실질적으로 북미의 직접 대화가 이뤄진 후에도 엉뚱한 소리로 일관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문제도 자주적으로 풀어나가려 했던 지난 정권들과는 달리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질질 끌려가게 만들었지요.
이런 실수들을 저지른 일례들이 있기에, 우리는 대략 이번 요미우리 신문의 인터뷰로 인한 파장이 어떤 상황에서 일어났을 지에 대해 유추할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실수했다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실수이기에 우리는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대한민국의 위상을 빛내야 하고, 국격을 높여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그만한 격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에서는 이같은 일에 대해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군요.
적어도, '내가 말 실수했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라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리고 나서 '능력의 부족과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까지도 보여준다면 지금이라도 기꺼이 박수쳐 주겠습니다.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했고, 또 국격을 유지 고양시키고 국익을 위해 진심으로 애쓰고 고민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독도 문제와 더불어 한일 양국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일본의 진정한 반성이 앞서야 한다고 일갈했던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이, 지금 이렇게 더욱 안타까운 일로서 다가옵니다. 아, 정말 우리는 위대한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온갖 꼼수와 탄압으로 국내 언론을 장악한 현 대통령이 일본의 언론에 쩔쩔매고 있는 꼴을 봐야만 합니다.
올해 투표 잘 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한 표는 그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던져주거나 아니면 내버려도 되는 게 아닙니다. 그것 잘못 던지게 되면, 나중에 여러분의 자손들까지도 얼굴 못 들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래저래, 멀리서 바라보는 저는 우울해서 술이나 한잔 해야겠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