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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동적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오래 살았지만 이렇게 감동스런 날은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센료리따 리(미스 리)로 불리는 이정화(마르가리따 리)씨가 감격을 못 이겨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30년 이상 모델, 항공 승무원, 수필가, 유명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정화씨는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4만 관중을 휘어잡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한인의 날’ 기념행사에서였다.
10월6일, 한인들의 의류 상가 밀집 지역인 아베자네다(Avenida Avellaneda) 대로와 캄파나와 나스카 대로 사이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행사에는 4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민 역사 48년의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는 의미 있는 많은 행사를 해온 경험이 있다.
1989년 9월 나문구라에서 열린 ‘민속의 날’, 1993년 8월 페로까릴 오에스테에서 열린 ‘제1회 메넴대통령배 한인종합 체육대회’, 아르헨티나문화부·한국대사관·한인회가 2001년 10월 빨레르모 장미 공원에서 개최한 ‘한국문화주간’, KOWIN 아르헨티나 지부가 2012년 주최했던 ‘VIVA COREA’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인회와 한인상인연합회가 주최한 이번 세계한인의 날 행사는 이민사에서 큰 획을 긋는 중대한 행사로 기록될 만하다. 운집한 많은 인원과 풍부한 콘텐츠 그리고 먹 거리, 원만한 행사 진행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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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한민국의 발전, K-POP을 비롯한 한류 붐과 아르헨티나 교민들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외교통상부에서 중책을 맡았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남미에서 근무한 바 있는 한병길 주 아르헨티나 대사는 “우리 아르헨티나 동포가 이처럼 큰 행사를 치른 것을 보고 대단히 뿌듯하다”면서 “현지와의 소통과 교류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축하했다.
당일 행사를 진행했던 이정화, 황진이와 김창성씨 등은 일찍부터 언론인, 방송인 그리고 유명 탤런트로서 현지인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린 동포 1.5세대들이다. 그 외에 한국학교의 어린이 태권도, 젊은 청년들의 누리패 사물놀이, 50대 이상의 여성으로 구성된 한국 무용과 유수정씨의 탱고 등이 교민들이 주축을 이룬 문화공연이었다. 한국 무용은 김혜숙씨가 30년 이상 시간과 경비를 아끼지 않고 희생한 공이며, 태권도는 40년을 한국 태권도 보급을 위해 노력한 김한창 사범이 뿌린 씨앗의 결과다.
이날 행사의 주최와 주관을 맡은 교민 단체들은 물론 출연한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사범, 하루 종일 치안과 경비를 맡아준 교민들까지 한국을 알리고 한인 사회를 선보이기 힘을 합쳤다. 이 행사를 위해 한국정부는 대사관을 통해 지원을 했다. KOTRA와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삼성, 현대차, 기아차는 물론, 아메수르, 신진텍스, 파인텍스, 비바 등 크고 작은 교민 기업들의 후원도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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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으로 행사의 총 코디네이트를 담당했던 이진경씨는 “ 큰 잔치를 앞에 두고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카와 리베르 팀 축구시합도 겹쳐서 관람객이 모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청명한 날씨에 밀려든 인파를 보고 한숨을 놓았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켜주고 행사가 원만하게 끝나자 “우리가 해 냈다”라는 환호성도 터졌다.
행사의 참석 인원도 많았지만, 순수하게 동포들이 기획하여 출연하고 진행한 모든 행사가 교민들 손으로 이루었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르헨티나 다수의 국회의원, 마리아 에우헤니아 비달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시장, 마르띤 아리아스 두발 이민청장 등 각계 인사들도 현장에 참여했고 이민자로 구성된 아르헨티나에서 베트남, 태국, 볼리비아, 인도와 포르투갈 등 여러 교민회에서도 함께하여 행사를 빛내주었다.
음향 시설과 음식 부족 등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아르헨티나 한인의 날’ 행사는 우리 아르헨티나 교포들의 역량을 충분히 과시했던 기록에 남을 성공한 행사였다는 데에 이론이 없다.
<박채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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