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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출마해 달라는 김한길 대표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고 불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새누리당에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할 경우, 민주당은 손 고문 전략 공천해 ‘분당대첩’에 이은 ‘화성대첩’을 이루려 할 것이라고 보았다.
손 고문의 핵심 측근도 최근 “서청원이 나가면 손 고문도 나간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당 지도부내 출마 논의 과정을 지켜보던 손 고문 쪽에서는 김 대표의 진정성에 적지 않은 의문을 가졌다는 얘기가 계속 새어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앞서 필자는 지난 1일 ‘서청원 대 손학규’라는 제하(題下)의 본란 칼럼에서 “민주당이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뿐”이라며 “손 고문의 측근 인사는 그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분당대첩’에 이은 ‘화성대첩’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선택이다. 차기 대권도전을 꿈꾸는 김한길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인 손 고문에게 과연 그런 길을 깔아 주겠느냐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각 언론보도에 따르면, 마치 김한길 대표가 손 고문의 출마를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4일과 6일 손학규 고문과 김한길 대표는 심야회동을 갖고 경기도 화성갑 출마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회동에서는 김 대표가 ‘10·30 경기 화성갑 보궐 선거’에 출마를 요청했으나 손 고문이 일단 고사했다.
김 대표의 제안에 손 고문은 “그동안 당이 어려울 때 몸을 던져왔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대선 패배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답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6일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김 대표는 “당내에서 손 고문 출마에 대해 보다 강한 의지들이 집약되고 있다”며 “당의 총의를 모아 재보선에 출마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전했고, 이에 손 고문은 “좀 더 시간을 갖고 국민의 뜻을 들어본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단순히 그런 모양새만 본다면, 김 대표가 손 고문의 출마를 위해 삼고초려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손 고문이 출마하려면 그 지역에 공천을 신청하고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오일용 지역위원장에 대한 정리가 따라야 하는데, 당 지도부는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아예 그런 의지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정세균계 오일용 위원장 역시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손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노골적인 당내 반발까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손 고문에게 겉으로는 출마를 간곡하게 권유하는 듯이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럴 길을 열어 놓고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손 고문과 김 대표의 사이는 다소 '멀어지게' 됐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손학규-안철수 연대론’이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손 고문이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했는데, 안 의원은 함께 한 반면 김 대표는 불참했다.
안 의원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손 고문의 불출마와 관련, "대선 패배 책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준비를 언급한 점 등이 인상적이었다"고 치켜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지 모른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