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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명박이 잘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정한 민주언론 발전에 기여를 하셨습니다. 모든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정말 원칙이 있고, 스스로의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가 넘치던 언론인들을 해직시켜 버린 것. 이것은 언론인들의 각성을 불렀고, 이들이 스스로 인터넷 독립언론을 만들게 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를 갖춘 나라에서 기존언론이 극도로 우경화되고 친정부 언론으로 재편된 상황은 인터넷 언론의 등장이 필연성을 갖도록 만들었고, 이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김어준 딴지 총수의 혜안은 '나는 꼼수다'라는, 아마 우리의 인터넷 언론 역사에 있어서 거대한 분기점이 될 '작품'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한국은 지금 '팟캐스트 천국'이란 말을 들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론이 지금 당장은 아니래도 언젠가는 '메이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한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기동성과 전문성은 메이저 언론들의 무거운 몸집이 따라갈 수 없는 신속성, 그리고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활약은 결국 전두환 가족들의 항복을 불러 왔고, 조세 관련 당국이 역외탈세 기업들을 조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관세청이 무려 1조가 넘는 액수의 국부 유출을 적발하고 여기에 대해 조사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결국 조세정의를 어느정도 세우는 데 도움을 준 것이고, 이런 것들을 해낸 것은 메이저 언론이 아니라, 우리가 인터넷 언론이라고 말하는, 조그만 언론이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큰 역할을 했던 '나는 꼼수다'에서 보여진 팟캐스트의 파괴력은 이제 전문인력들과 만나 진화되면서 뉴스타파나 이상호 기자의 발뉴스 같은 것들이 메이저를 대체할 수 있는 언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전체적으로 후퇴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만, 진정한 미래형의 언론이 어떤 식의 역할을 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운용이 될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대학 때 언론을 전공했고 내 인생의 10년을 기자로서 현장을 뛰며 살아왔던 저에겐 관심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