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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저는 여야 정치권에게 “복지국가 2단계 10개년 계획을 세우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2만불 소득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고 불평등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 이제는 성장도 지속하면서 그 성장의 혜택이 대다수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복지국가를 차근차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어르신들께 매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던 대선 때의 약속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우리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노인 분들은 매월 20만원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일평생 자녀와 나라를 위해 일해 오며 오늘의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르신들 상당수의 삶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노인인구는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GDP 대비 노인복지지출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율과 빈곤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오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노인복지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 돈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합니다.
정부는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만, 우리 경제규모에 비추어 엄살에 불과합니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향후 4년 동안 전체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할 때 추가로 필요한 돈은 연간 약 6조원이며 지방정부의 부담까지 합쳐도 8조여원입니다.
몇 년 전 새누리당 정권은 주로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깎아줬는데 이것만 원상회복시켜도 연간 18조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노인기초연금 예산을 2배 이상 뒤집어 쓰고도 남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우선 부자감세부터 철회하고 대통령께서 약속한 20만원을 모든 어르신께 지급하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범국민적 토론을 거쳐 복지국가 2단계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재원확보방안을 마련해서 입법과 예산에 반영할 것을 거듭 제안합니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