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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이 나라의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쯤 망한 것과 다름없다. 장사치들은 본디 국가관이 희박한 족속들인 탓이다. 상인에게는 돈 많이 벌게 해주는 곳이 바로 자기들의 조국이다.
대한민국은 부유한 장사치들이 권력을 틀어쥐고서 국정을 농단하는 대표적 국가다. 낮의 정권은 청와대의 이명박 씨가, 밤의 정권은 삼성재벌의 이건희 씨가 장악한 형국이다. 애국심이 결여된 탐욕스런 수전노들이 밤낮을 교대해가며 국가권력을 쥐락펴락하니 나라꼴이 정상일 리가 있겠는가?
툭 까놓고 말해서 나는 독도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만주, 즉 요동을 되찾아오는 일이 훨씬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토수복을 향한 꿈은 내가 영원히 좌파가 될 수 없게끔 만드는 근본 요소다.) 그러므로 독도는 우리에게 어쩌면 양날의 칼일 수도 있다.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 현재 중국이 강점하고 있는 광활한 요동벌판에 쏟아야 할 힘들을 갉아먹는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일컫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독도의 국토적 가치는 오로지 만주와 비교될 때에만 줄어든다. 단 한 뼘의 땅도, 단 한 치의 바다도 타국에 내어주지 않는 것이 국가가 존립하는 길이고, 이를 보장하는 일이야말로 한 나라의 통치권자에게 주어진 사활적 의무이자 필연적 숙명이다. 나라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보위할 자신이 없으면 제 발로 권좌로부터 물러나는 것이 위정자의 올바른 도리다.
영토와 영해와 영공 못지않게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 나라의 언어다. 그 언어가 고유한 자주적 문자로 뒷받침되는 말이라면 더욱더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명박 씨는 집권한 이래 우리의 나랏말과, 이 나랏말을 표기하는 데 쓰이는 한글을 끊임없이 집요하게 손상시켜왔다. 대통령 연설에 대놓고 외국어, 특히 영어를 무지막지하게 마구 집어넣은 국가원수는 그가 처음일 게다. 그건 박정희나 전두환조차 감히 생각하지 못할 매국노 짓거리였다.
이명박 씨한테 독도는 경제적 이득만 된다면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에 불과한 모양이다. 아마도 그의 사고방식에는 부동산은 있되 영토라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싶다. 언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어는 어서 빨리 영어로 ‘재개발’되어야 하는 낙후된 변두리 방언일 뿐이리라.
이명박의 독도 정책이 궁금하거든 그의 맹목적 영어 사랑을 보라. 우리말과 글에 관한 이명박의 인식 수준을 알려면 독도를 둘러싸고 그가 일본과 벌여온 협상의 과정과 내용에 주목하라.
이명박과의 싸움은 단순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목적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강역과 말글을 보존하는 신성한 사명으로 승화돼야 마땅하다. 국가관이 없는 자는 더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런 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자들 역시 국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