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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1일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기 화성갑 지역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를 전략공천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열린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에서 서 전 대표 공천안을 심의했다.
이에 따라 ‘서청원 대 손학규 빅매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손학규 핵심 측근이 최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 서청원이 나서면, 학규도 나선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내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원로인 서 전 대표를 공천하게 되면 손 고문을 내세워 박근혜 정권과 각을 계속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손 고문 역시 자신이 출마할 뜻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당의 요청이 있으면 출마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기춘 사무총장이 손 고문 공천 가능성에 대해 “현재 민주당의 화성갑 지역위원장(오일용)으로 후보를 압축해놓고도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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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한 공천위원은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서 전 대표 공천은 애들 싸움을 집안 싸움으로 비화시키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며 “만약 패배할 경우 박 대통령 등 여권 전체에 미칠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이날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김성태·박민식 등 일부 재선 의원들이 서 전 대표의 공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 낙점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 지도부가 이 같은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은 어쩔 수 없이 서청원 전 대표를 공천하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민주당 쪽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현재 화성갑에는 오일룡 현 지역위원장이 민주당에 단수로 공천 신청을 한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 후보로 오 위원장이 나설 경우, 서 전 대표를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30일 발표한 9월 넷째주 주간 정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50.3%로 지난주보다 0.3%포인트 올랐다. 민주당은 같은 기간 1.7%포인트 떨어진 24.9%를 기록했다. 통합진보당 1.5%, 정의당 1.3%, '지지 정당이 없다'는 19.9% 등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는 지난 23~27일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상대로 휴대·유선전화 임의번호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뿐이다.
손 고문의 측근 인사는 그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분당대첩’에 이은 ‘화성대첩’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분당대첩이란 지난 2011년 4.27 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강재섭 전 당대표를 공천하자, 민주당이 손학규 후보를 내세워 승리의 기적을 일궈낸 것을 두고 당시 각 언론이 붙인 명칭이다.
그때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율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특히 분당은 ‘서울의 강남’ 혹은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나라당 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강재섭-손학규 빅매치’로 인해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가 정권 심판론으로 변질됐고, 결국 민심은 손학규 고문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손 고문의 측근들은 바로 그때와 같은 현상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나타나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손 고문의 당내 입지는 매우 탄탄해 질 것이다.
분당대첩 승리 당시에도 손학규계가 덩치를 크게 불린 바 있다.
실제 당시 2년간의 춘천 칩거를 마치고 당권 도전에 나설 때만 해도 10여명에 불과했던 손학규계의 수가 분당대첩 승리 이후 족히 30명은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문제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선택이다. 차기 대권도전을 꿈꾸는 김한길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인 손 고문에게 과연 그런 길을 깔아 주겠느냐는 것이다.
아무튼 재미없이 흘러가던 이번 재보선에 서청원 전 대표 공천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