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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출신의 4선 의원으로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2005년 6월~2006년 7월)을 지낸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 "박근혜 공안정권이 검찰을 시녀화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지키려한 검찰총장을 사퇴로 내 몬 거대한 음모"라고 강조했다.
천 전 장관은 24일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음모는 국가를 빙자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극우·보수·공안적인 생각과 국가주의적 성향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가 작용하였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천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아바타’가 바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었다는 그는 1992년 대선 기간 중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유력인사들이 비밀모의를 한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했음에도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부통령 급 실세로 권성대명(權性大名)이 하늘을 찌르는 김실장을 거명하면서"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여기서 나온다"는 말로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천 전 장관은 채 총장의 사퇴를 부른 표면적 이유가 된 혼외 자식 문제에 대해 “혼외 자식 문제가 과연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할 정도의 사안이냐에 의문이 든다"면서 " 뇌물 등 범죄 혐의도 아니고 직무 관련성도 없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인데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인정하거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보면 배후에 채 총장을 흔들려 하는 음모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게 만든다.”며 거듭 정권의 찍어내기 음모론에 무게를 두었다.
또 천 전 장관은 황 장관의 감찰 지시는 10여년 전 혼외관계라면 징계 시효도 지났고, 감찰 대상 사안인지도 불분명한데 무리하게 감찰을 지시한 것은 김기춘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담아"사퇴를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력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천 장관은 "채 총장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에서 성장해 오다 보니 새카만 후배 검사들로부터 감찰 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사퇴했을 것 같다"고 이해하면서도 " 자신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공안시대를 만들기 위해 검찰을 시녀화하려는 시도라면 그냥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싸웠어야 했다. 검찰총장이 이런 음모로 쉽게 물러난다면 어느 공직자가 법치주의를 지키겠는가. 채 총장 개인이 불편하고 편하고의 문제가 아니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전직 법무부장관이자 중진 정치인으로서의 높은 법적식견과 탁월한 정무적 감각에 바탕한 천 장관의 공안정권의 채동욱총장 찍어내기 음모론은 국민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천 전 장관의 충정어린 애국적 고언이 천 전 장관의 말처럼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며 법적 한계도 없는 박근혜정권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라는 점이다.
박근혜 독재정권의 저열한 꼼수를 정면으로 지적한 천 장관의 경향신문 인터뷰 전문을 아래에 소개한다.
....................천정배 전 법무부부 장관 경향신문 인터뷰 전문...................
▲ 징계 시효도 지난 ‘의혹’에 감찰 지시는 사퇴 강요한 것 되레 청·법무부 감찰받아야
▲ 직무 관련성 없는 사적 문제 과학적 입증도 없이 제기 배후엔 채 총장 흔들기 음모
- 이번 사태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법치주의가 무너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과거 국회에서 오랫동안 봤다. 장점이 많은 분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극우·보수·공안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국가주의적 성향’도 갖추고 있다. 국가주의는 일면 애국주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체주의라 할 수 있다. 국가를 빙자해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사상의 특징은 ‘반공’이나 ‘종북좌파 색출’ 등 자신들이 설정한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며 법적 한계도 없다. 인권·민주주의에 기반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개념이다.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사찰을 불법적으로 한다든지, 위법적인 감찰을 한다든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 이번 사태에 청와대가 얼마나 개입했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아바타’가 바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었다는 그는 1992년 대선 기간 중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유력인사들이 비밀모의를 한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했음에도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자기식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합리화한다.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여기서 나온다. 검찰총장을 감찰하는 사안이라면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 실장은 물론 박 대통령도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추론된다.”
- 왜 이 시점에 채 총장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나.
“채 총장은 사실 그렇게 (심할 정도로) 이 정권에 반항한 검찰총장도 아니다. 국가정보원 사건에서 정권이 꺼린 선거법을 적용하긴 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 외 다른 직원들에게는 모두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이 정권은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 등 각종 공안사건이 검찰 손에 넘어온다. 이 사건은 내란음모 혐의 적용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상황에서 채 총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채 총장을 교체해 공안 사건들이 검찰에서 ‘프리패스’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짙다.”
-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은 반드시 진상 규명할 문제라는 주장이 있는데.
“혼외 자식 문제가 과연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할 정도의 사안이냐에 의문이 든다. 뇌물 등 범죄 혐의도 아니고 직무 관련성도 없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모 장관이 혼외 자식 문제로 논란이 됐지만 그냥 넘어간 전례가 있다. 특히 의혹의 당사자들이 인정하거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보면 배후에 채 총장을 흔들려 하는 음모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게 만든다.”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것이 채 총장의 사퇴를 촉발했다.
“황 장관의 감찰 지시 자체가 극히 무리다. 10여년 전 혼외관계라면 징계 시효도 지났고, 감찰 대상 사안인지도 불분명한데 감찰을 지시했다. 채 총장이 의혹을 부인하고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할 용의도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채 총장은 황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것에 대해 자기를 능멸한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법무부가 감찰을 한다는 것은 사퇴를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 채 총장은 사퇴하고 진상을 밝히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채 총장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에서 성장해 오다 보니 새카만 후배 검사들로부터 감찰 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사퇴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공안시대를 만들기 위해 검찰을 시녀화하려는 시도라면 그냥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싸웠어야 했다. 검찰총장이 이런 음모로 쉽게 물러난다면 어느 공직자가 법치주의를 지키겠는가. 채 총장 개인이 불편하고 편하고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