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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주 후진국형 범죄이다. 정권을 국민의 정당한 의사로 선출하는 일을 방해하고 공작과 선동으로 창출하려는 시도가 정부 여당과 국가 기관에 의해서 저질러 졌고 또 국가기관이 수사를 방해했고 그렇게 태어난 정권이 박근혜 정권이다. 전국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일어나고 촛불집회를 하고 야당이 장외 집회를 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본다.
엊그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안한 것이 아니라 사실 거절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수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명운과 관련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는 순간 박근혜 정권은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이며 국민과 야당의 선처가 아니면 대통령 직을 계속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지경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된 정권이지만 기왕 대통령이 되었으니 임기라도 채우게 해 주세요 라고 하는 상황을 맞이 해야 하는데 박근혜로선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 정권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생각과 일치할 수 없는 운명적 한계를 갖고 태어났다고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게 믿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민주적인 인물을 비서실장에 임명하지 못하고 공작과 지역감정을 적절히 섞어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인물로 김기춘을 선택한 것이다. 그 작품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고 또 뒤를 이어 나타날 것이다. 검철총창 흔들기와 사표 제출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그것을 잘 보여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날 미친척 하고 내가 얻은 대통령직은 잘못된 정권이니 하야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민의 저항에 시달릴 것이며 남은 4 년간의 국정난맥상은 불보듯하다. 이제 그 첫무대가 정기 국회이며 예산 심사가 첫 관문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예산을 고리로 2014 년도 예산안 통과를 막을게 분명하다. 민주당으로서는 국회의원직을 총 사퇴하고 장외 투쟁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은 마지막 남은 수단이다.예산 투쟁을 통해서 범죄집단에게 예산 배정하는 일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으로 나가야 하고 민주당은 이를 관철 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를 돌파하고 나가는 방법은 강경한 방법 밖에 없다. 김기춘은 그 일에 적임자이다. 유신을 초안하여 아버지 박정희를 비명횡사하는 자리로 내 몬 김기춘을 다시 불러들여야 하는 박근혜의 처지가 눈물겹기만 하다. 그 저승사자 김기춘이 돌아와 그 딸을 또 호랑이 등에 올려 놓았다. 내릴 수도 타고 달릴 수도 없는 이 불행한 대통령을 지켜보는 국민 또한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