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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관련 녹취록이라며 한국일보가 맨 처음 이를 타전했다. 자료는 국정원으로부터 건네 받은 것이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순식간에 여론은 이석기 의원이 국회에서 암약하는 간첩이라는 인식을 하기에 족했다.
애초 이러한 상황을 기획하고 노렸던 국정원이다. 따라서 한국일보의 그러한 보도에 대해 국정원이 다른 이의 제기를 할 리 만무했다. 그러다 최근 국정원 대변인을 통해, 자신들은 그런 녹취록을 넘긴 바 없다고 발뺌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이 3년 동안 이석기 의원을 내사했다면서도, 그러나 날이 갈수록 마땅히 기소할 죄목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역으로 국정원 자신들의 부정선거 개입을 덮기 위한 졸렬한 조작극임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내란음모에서 내란선동으로 말을 바꾸더니 급기야 여적죄라는 밑도 끝도 없는 무시무시한 죄목을 양산하기에 골몰한 정황이 역력하다.
그런데 그러한 출처 불명의 불확실한 녹취록에 부화뇌동하며 이를 확대 재생산하기에 바쁜 소위 '조중동'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 하치장 쯤으로 차치하자. 그와 유사한 행태를 보이며 광분했던 새누리당의 일부 사람에 대해서도 평가할 하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졸렬함 그 자체다.
오죽했으면 검찰이 직접 나서 국정원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 부인하고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국정원 관계자' 혹은 '공안당국 관계자'라는 확인되지 않는 꼬리표를 달고서 쏟아지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상 검찰이 국정원과 언론을 향해 정면 비판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이 RO 총책이라는 보도도 같은 선상에 있다. 공무원 30~40명이 관련 모임에 참여했다는 내용 또한 그렇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일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정원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왜곡 날조에 대한 검찰의 냉철한 중심잡기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공분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점은 기실 따로 있다. 바로 국정원의 용공 조작에 대해 교묘한 양비론을 펴며 마녀 사냥에 동참하기 바빴던 '한경오'의 황색 저널리즘적 자세다. 진실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국정원도 잘못이고 이석기도 잘못이란 식이다. 이는 사실상 국정원의 손을 들어 준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그간 진보를 가장하고 있던 정치인과 학자 그리고 시사 평론가들의 글질과 언사도 매양 다르지 않다. 그저 조작에 의해 악화된 여론에 편승해 상처 입은 한 개인을 향해 칼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 얼마나 비열하고 부끄러운 모습인가. 적어도 기본 양식을 갖춘 자라면 수치스러워서 낯을 들 수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 정치와 일부 언론 그리고 정보기관이 독재 시절의 혹독한 야만성에 갇혀 살아야 한단 말인가? 겨우 지지율 5% 내외의 정당과 그곳 소속 국회의원을 간첩으로 몰아 인민 재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 수치스러움을 모른다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과 국정원 그리고 '조중동'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