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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포용정치의 시대를 열자”라는 내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00년 전 아르헨티나는 그 이전 50년 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선진국 대열에서 뒤쳐지고 말았습니다. 50여 년 전 미국의 폴 사뮤엘슨은 그가 쓴 경제학교과서에서 소련이1984년이면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30년 이후 40년 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소련은 초고속으로 몰락했습니다. MIT대학 경제학교수 대런 애쓰모글루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소련이 이렇게 된 것은 그 성장이 착취적 경제제도, 즉 소수의 국민들만 참여해 혜택을 보며 다수 국민들은 배제되는 경제제도 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부유란 나라들은 예외 없이 포용적 경제제도, 즉 수많은 국민대중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경제제도를 이룩했기에 부유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의 경제가 포용적으로 되느냐, 아니면 착취적으로 되느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정치입니다. 포용적 정치제도, 즉 사회 전반에 권력이 골고루 분배되고 서로 견제하는 다원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는 경제도 포용적이 되어서 부유해집니다. 그렇지만, 한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만이 권력을 독점하는 착취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는 경제도 착취적이 되어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일시적으로 성장을 하더라도 결국은 무너지고 맙니다. 아르헨티나와 소련이 그런 역사적 사례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50여 년 간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의 삶은 불안하고 고달픈 처지에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재벌과 극소수 기득권세력의 독점과 탐욕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으며 경제의 활력 자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아르헨티나나 소련과 비슷한 꼴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우리는 한시바삐 극심한 독점구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을 비롯한 온 국민이 그 성장에 참여하고 그 혜택도 골고루 누리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우리 정치부터 포용적인 것으로 바꿔내야 합니다. 극소수 힘센 사람들만이 아닌 각계각층 국민들의 요구가 골고루 반영되고, 권력의 독점과 남용이 철저히 견제되는 다원적 포용정치를 확립해야 합니다.
정기국회가 시작됐습니다. 여야가 포용의 정치에 앞장서 줄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야당이 경제민주화를 주도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같은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데에도 더욱 분발하기 바랍니다. 정치를 잘해야 경제도 잘 될 것입니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