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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보면 마치 세 살 먹은 어린아이에게 돈다발 쥐어주고서 혼자 장터에 내보낸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장터에는 촉새라는 별명대로 8도의 장터마당을 부지런히 들쑤시고 다닌 방물장수 유시민 씨 부류의 영악한 장사치들이 득시글하기 때문이다. 그가 과연 이명박 정권과 노무현 정권 모두를 이참에 완벽하게 심판하고픈 많은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해 요 험한 지방자치 선거판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노회찬 씨는 나름대로 낙오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머리를 짜내는 인상이다. 한데 세 살짜리가 생각해낸 묘수라고 해봤자 대개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아니겠는가? 조선일보 창간기념일 축하행사에 왜 갔냐고 항의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노회찬 씨가 내놓은 답이 ‘우리 안의 조선일보’란다. 아마도 사회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인 듯하다.
내가 트위터를 하는 입장이었다면 분명 이렇게 노회찬 씨에게 면박을 줬으리라. “노회찬 씨 안에는 조선일보가 있지만 내 안에는 소녀시대 유리가 있다.”고. 실수했으면 그냥 눈 딱 감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그만이다. 괜히 난해하고 현학적인 수사를 동원해 얼버무리려 시도하다가는 오히려 문제만 더 키울 뿐이다. 듣자하니 추미애 씨도 조선일보 생일날을 축하하려고 행사장에 들렀다고 한다. 추미애 씨 안에는 또 뭐가 들어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며칠 전 부친상을 당한 양반한테 위로는 못해줄지언정 독설만 퍼부어서 미안하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회찬 씨는 항시 유념해야 한다. 사방이 적임을. 그리고 소위 ‘5 4’의 실체를 명료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정세균의 민주당 당권파와 친노세력과 시민단체 사기꾼들과 한겨레신문ㆍ오마이뉴스 등이 짜고 벌이는 사악한 야바위판임을.
이미 노회찬 씨와 진보신당은 많은 것을 잃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나 가장 빠른 때이다. 본전 생각이 아무리 굴뚝같아도 과감하게 판을 뒤엎고 뛰쳐나와야 옳다. 쪽팔림은 순간이다. 잠시 창피 좀 당하는 게 노름판에서 타짜들에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 집문서 날려먹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2. 노회찬 씨가 국민들을 우려하게 만드는 사실은 사기도박판에 순진하게 걸려들었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불길한 풍문이 회자된다. 그가 유시민 씨와 굉장히 밀접해졌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빌어먹을, 또 우리가 남이가냐?”하고 점잖은 장소에서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 물론 노회찬 씨는 유시민 씨나 여느 경상도 노빠들처럼 영남패권주의의 막차에 잽싸게 올라타고서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지역주의자들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다. 허나 근묵자흑이라고 했다. 검은색을 가까이하면 나 또한 검게 물들기 마련이다. 노회찬 씨는 유시민 씨와의 위험한 불장난을 제발 멈추기 바란다. 안 그러면 다친다.
나는 충분히 예견할 수가 있다. 유시민과 계속 어울릴 경우의 결과를. 그럼 그야말로 “김두관은 노회찬의 미래다.”가 되는 것이다. 즉 영양가 다 빨리고 개털 된다는 말씀이다. 노회찬에게는 교감인 것이 유시민에게는 흡혈인 탓이다. 난 2006년 초봄의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장에서 유시민 씨에게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은 다음 남해안에서 올라온 시골아저씨 풍의 참모들과 씁쓸한 표정을 짓던 김두관 씨의 비참한 얼굴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3. 유시민 씨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주초에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 장관이 민주당에 전격 입당한 이래로 국민참여당이 몹시 초조한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자칫하다가는 고사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조바심과 낭패감이 당 지도부와 당원들한테 팽배했다는 것이다.
일단은 김창호 씨의 행보는 비루하다고 해야 마땅하겠다. 그는 참여정부의 상징과도 같던 언론정책을 총지휘하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아닌 국민참여당에 들어가는 것이 도의적으로 합당한 결정이었다. 그는 서울 어느 동네의 민주당 구청장 공천을 노린다고 한다. 이른바 노빠에서 일찌감치 반노로 돌아선 나 같은 사람들이 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은 구청장 한 자리와 바꿔먹을 정도로 가볍거나 초라하지는 않다. 김창호 씨의 얄팍한 처신은 노무현 정권이 실패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배경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유시민 씨는 이곳저곳 간보고 다닌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정당에 몸을 담았던 정치인으로 기록되는 것에 더하여 가장 많이 지역구를 옮긴 인사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겨우 7~8년만에 벌써 2관왕을 예약해놓은 셈이다. 그의 수완과 재주에 새탐 감탄하는 바이다.
나는 일전에 유시민을 ‘정치적 화전민’이라고 규정했었다. 한 곳에 끈기 있고 진득하게 터를 잡지 못한 채 숲 여기저기에 불을 지르고 다니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시에 그가 화전을 일굴 수 있는 삼림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드디어 더는 유시민 씨가 불 질러서 농사지을 땅이 남지 않았다. 전업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화전민에서 식객으로! 그는 라이터 대신 숟가락을 손에 든 인상이다. 이것 한번 맛보고 저것 한번 맛보는, 전형적인 식객이 되고 만 것이다. 유시민 씨가 경기도에 숟가락을 꽂음으로써 경기도지사 선거는 문자 대로 미니 대통령 선거가 되고 말았다. 과거의 권력 유시민-김진표와, 현재의 권력 김문수와, 미래의 권력을 지향하는 심상정-이종걸이 충돌하는 3자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제까지 남들을 맛봐왔던 유시민 씨가 이번에는 남들한테서 맛이 봐져야 할 차례다. 이왕 화전민 생활 청산하고 식도락계에 편입했으니 앞으로는 자신감을 가지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유시민 씨는 무엇보다도 친노세력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삼성에게서 자유롭다. 의료 민영화가 아킬레스건이기는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서는 대통령부터가 이건희에게 백기투항한 상태였으니 유시민 씨만 질타하기가 상당히 망설여진다. 영리병원 추진 및 민영 건강보험 도입과 관련해서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이를 밀어붙인 걸로 알려진 유시민 씨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단호한 추궁이 있어야 하겠지만.
주군의 상여 뒤편에 숨어서 다른 정치인들이나 정치세력에게 표창 날리는 치사한 짓거리는 친노 386들에게 맡겼으면 한다. 이광재와 안희정 등의 친노 386에 견주면 유시민은 백배는 훌륭한 정치인이므로. 이거 절대 농담이나 비아냥이 아니다. 심상정-이종걸과 유시민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지만 비록 동일한 친노 브랜드이되 유시민과 386 양아치들 사이에는 한강이 흐른다. 이광재 씨가 이걸 알기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서 정동영 씨와 함께 유시민 씨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였으리라.
다가오는 6월 2일 지자체 선거,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는 먹는 문제가 판세를 좌우할 조짐이다. 김상곤 교육감이 주창하는 전면 무상급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식객민웈, 아니 식객시민의 건투를 빈다. 유시민 씨가 더 이상 치졸하게 유훈정치에 탐닉하지 말고 심상정 씨의 ‘세 박자 급식정책’을 본받아 건전한 정책경쟁의 장에 합류하리라고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