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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습니까.
안철수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난해 10월 말, 늦가을에 찾아 뵙고, 올해는 초가을에 뵙습니다.
당시에 녹색기후기금이 인천 송도에 세워진다는 기분 좋은 소식 듣고, 인천에 왔었습니다. 환경분야의 세계은행 격인 녹색기후기금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 드렸습니다.
그 때의 저는 인천이 개도국의 꿈과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인천시민들의 꿈과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다짐을 이어가고자 인천에 왔습니다.
존경하는 인천시민 여러분,
지난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등원한 직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전직대통령의 NLL 발언과 사초분실 논란으로 변질되었고, 여야대치정국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국회의 민생 문제는 계속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문제는 이제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검찰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정치는 다시 국정원 개혁과 민생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는 국회에서 지난 넉 달 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저 혼자서는 거대 양당의 강제당론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국정원개혁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열어 중지를 모으는 등 여론을 환기시키며 노력했지만 조직화된 거대 정당을 이겨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한계를 절감하며, 1년 전 보다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새정치의 배를 민심의 바다에 띄우고자 인천에 왔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인천은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가는 통로입니다.
연간 3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이 있고 또 연간 100만 명이 이용하는 인천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천의 화려한 위상과 달리 내면은 우울합니다.
현재 인천은 광역시 중에 가장 자살률, 실업률이 높은 도시입니다. 자살률 통계 분석에 따르면 30대에서 50대까지 자살률이 전체 자살의 절반 이상이고 중도탈락한 청소년의 자살률도 재학생에 비해 145배 높다고 합니다. 이 안타까운 지표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 두 가지 지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입니다.
나아가 인천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 이혼율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을 스스로 끊는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의 기둥인 4050 세대가, 우리사회의 꿈인 2030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주춧돌을 놓았던 어르신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 격차해소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면 고루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함께 꿈꾸는 사회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격차해소건, 고루 잘 사는 세상이건, 모두가 꿈꾸는 사회건, 이 모두가 구호의 차이일 뿐입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선거 때마다 세상에서 좋은 구호와 공약은 모두 들어왔고, 그때마다 국민들은 기대와 믿음을 가졌습니다.
인천시민 여러분도 마찬가지셨을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모두 실망뿐이었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열었던 도시, 경제수도라고 불렸던 인천시의 채무액은 2004년부터 꾸준히 늘어 2012년 기준 2조 8천억원에 이릅니다. 수십년간 정치기득권 세력들이 인천을 책임져왔지만, 인천의 재정은 계속 무너지고 있고, 인천시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 인천의 정치는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열었던 도시는 지식 정보화 산업에 적응하고 변화와 개혁을 시도할 때입니다. 그래야 인천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인천시민 여러분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 그리고 실천만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이제,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는 기득권정치 구조를 깨어야 합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답보상태의 인천을 힘있게 변화시키고 추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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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 여러분께 두 가지를 부탁드립니다.
첫째, 한국정치의 주도세력을 바꿔주십시오.
오늘 인천을 비롯해서 최근에 여러 지역을 돌아보면서 지역의 현안 문제들을 접하고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방선거를 통해서 지역사회의 소수 기득권은 오히려 더 강화됐습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로써 본연의 기능을 하려면 이들 지역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지방정치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합니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고 기득권층은 스스로 변화를 해나갈 수 없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새 인물에 의한 새정치를 통해서 현재의 어려운 민생해결에 집중하며 사회경제적 모순들을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둘째, 정치가 바뀌어야 토건정치를 깰 수 있습니다.
건물, 도로를 세우는 토건정치를 깨고 인천시민 삶을 세우는 민생정치를 지지해주십시오.
정치의제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 인천에 필요한 정치는 무엇을 세우고, 옮기고, 전시하는 정치가 아니라 삶을 세우는 정치입니다. 이것이 제가 말씀드렸던 새정치입니다.
예컨대 월미은하레일, 전임 시장께서 시작한 동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관광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8백50억이 투입된 사업은 흉물로 방치되어 있습니다.아직까지도 문제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결정에 의해서 시민이 고통받고,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면, 난관이 있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이제 정치는 정치의제를 전환하여 시민들의 삶의 문제, 질좋은 성장, 교육, 복지, 의료 등에 집중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인천시민 여러분,
이제 새정치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은 인천의 전체 야권과 중도층을 대표하며 새누리당과 건강하게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새정치세력은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소리를 가슴깊이 새기며 기대에 부응해나갈 것입니다.
진정으로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모든 세력은 새정치세력의 깃발로 결집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십시오.
인천민심의 바다에 새정치의 배를 단단하게 띄워주십시오.
정치가 바뀌어야 민생이 바뀜을 여러분께서 입증해주십시오.
새로운 정치로 새로운 인천의 미래를 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