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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검찰총장의 혼외 사생활 문제가 조선일보를 통해 떴습니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을 숨겼다는 제목의 자극적 기사를 크게 보도했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6/2013090600272.html?related_all) 당사자인 채 총장은 이를 부인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이 보도가 조선일보의 검찰총장 흔들기, 그리고 당연히 국정원 수사에 대한 물타기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이겁니다. 이 기사가 조선일보가 늘 해오던대로의 뻥튀기, 부풀리기, 그리고 완전 날조된 기사라면 그것은 조선일보 자체의 검찰총장 흔들기가 맞을 겁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 검찰총장은 그동안 조선일보와 각을 세운 적도 있다고 하니.
그러나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할 경우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이 경우엔 조선일보가 어디서 이 기사의 소스를 받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만일 이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정보를 준 것은 누구일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국정원이 지금 자기들이 살려고 여러가지 기획을 했지만, 그들을 수사하는 주체이며 현재 정보권력을 양분하며 충성경쟁을 하고 있는 상대를 죽이고자 '사생활 정보까지 캐서 극우언론에 넘기는' 짓을 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기사가 사실일경우, 채 총장의 공인으로서의 행실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국정원이 검찰총장에게 막말로 '따리를 붙여' 지근거리에서 '껀수'를 찾아 왔다면, 그래서 이런 사건이 터져나온 거라면, 사건은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닐 겁니다.
물론 이런 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기 전, 안 의원의 내연녀가 목동에 산다며 이 여인이 음악을 한다... 는 풍문이 퍼진 적이 있었습니다. 사정인즉슨, 안 의원의 회사에서 일하던, 안 의원과 비슷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안 의원의 자동차를 샀고, 음악을 하는 부인이 이 차를 타고 다녔다는 거였죠. 그걸 정보랍시고 캐서 넘겨 망신을 자초한 누군가가 있었을 겁니다. 그게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정보기관이란 생각을 안 할 수는 없겠지요.
댓글이나 달 줄 알았지, 제대로 된 공작은 못 해본 국정원이 이번에 자기들과 권력투쟁 관계에 있고, 또 지금 자기들을 수사하고 있는 기관의 장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한 것이 이번 사건의 실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헛다리 짚은 걸수도 있죠. 안철수 목동녀 사건 때처럼.
분명한 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정원에서 수사권은 박탈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네요. 권력 보호만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마저 지키려고 별 짓을 다 하는 저 국정원, 그리고 그 과거 뿌리가 된 중앙정보부... 그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일보의 이번 사건 보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진건지 충분히 짐작이 되는 듯 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