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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으로 전국의 교수 학생 종교인 노동계 문화 지식인들이 연일 시국선언을 하고 촛불집회의 수와 열기가 커져가는 것을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 선택한 카드가 김기춘 이다. 그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물보다는 무리수를 두어가면서 돌파해내는데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법률가의 탈을 쓰고 권력에 빌붙어 편법을 불사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박근혜로서는 집권 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남은 임기 내내 국정은 발목이 잡힐 것이며 잘못하면 정권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두고 편안히 잠을 잘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뜨거운 시국선언과 촛불정국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사실 침묵이 아니라 뾰족한 돌파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거나 원세훈과 김용판을 벌을 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야당에서 말하는 것처럼 국정원을 개혁한다고 해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박근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면초가에서 통진당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 사건은 김기춘이 각본을 맡은 박근혜의 출구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김기춘이 임명된 이후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석기가 자기를 중심으로 한 단체의 회합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간간히 국정원으로부터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듣지만 사실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오늘 대한민국 땅에서 내란과 체제전복과 같은 일이 이석기 의원 한사람의 사주나 작당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국정원 사람 말고는 없을 것이다.
6.25 때에도 김일성은 남한의 동조 세력이 있어 북에서 밀고 내려가면 남한 정권을 일거에 붕괴시키고 적화통일이 가능하다고 쏘련과 중국을 설득했다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국정원이 말하고 있는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는 결국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남한에서 동조를 하여 남한을 적화통일하려 했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에 대하여 직시하는 눈이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국정원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내란음모 의혹사건은 이석기가 또라이든지 국정원이 또라이든지 둘 중 하나로 밝혀질 것이다. 이는 황당 소설이며 저질 개그에 불과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 출구전략 시나리오는 주도면밀한 검토를 거친 청와대 국정원 검찰의 합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청와대가 희망하는대로 이루어질지 단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박근혜 출구전략으로 삼았다면 청와대는 이석기에게 너무 큰 것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를 밝히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더이상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과 박근혜가 한 운명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에겐 민주당이 퇴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어디에도 돌파구는 없다. 박근혜가 합리적으로 출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김한길대표가 정상회담을 요구했을 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한길 대표의 정상회담 요구를 촛불열기를 식히는 결과를 가져오고 박근혜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배신행위라고 비난을 했었다. 그 때가 박근혜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그 기회를 스스로 져 버렸다. 이제 김한길과 단독 회담을 하자 하고 나오기에는 실기를 했고 체면은 구겨질대로 구겨졌기 때문에 박근혜로서는 무리수를 동원할 수 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이석기를 내란음모로 벌을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얼렁뚱땅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박근혜에겐 힘든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 봉화마을에 누워 계시는 분이 부러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