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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의 전화에서는 올해도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를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이번 행사는 여덟 번째가 된다. 신청자 1만여 명은 미리 예약접수를 하여 참가비를 내고 걷는 대회다. 행사 콘셉트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 자살충동으로까지 내몰린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어려움을 이웃과 같이 극복하다보면 끝내는 찬란히 떠오르는 해오름의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는 행사다.
걷기코스는 5km, 10km, 33km가 있고, 신청자가 제일 많이 몰리는 곳은 아무래도 5km이다. 최소 5천명 이상의 참가자가 쇄도하는 코스이니 말이다. 그 다음은 10km 코스이고 나머지 1천여 명 쯤이 33km를 걷는다. 이때 33km를 완보하는 사람들은 완보 증을 받고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 도열한 서포터즈들로부터 하이파이브와 포옹세례 등 열띤 환영을 받는다. 해질녘에 길을 떠나서 갖가지 시련을 이기며 밤을 새워 걸어서 끝내는 동이 트는 새벽녘에 결승점에 도착하는 이들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그럼 이날의 행사를 따라가 본다. 서울광장은 그야말로 민의와 문화행사가 분출하는 용광로다. 듣자니 서울광장 사용신청은 10월까지 빼꼼할 틈도 없이 차있다고 한다. '생명사랑 밤길걷기'는 금요일 낮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하는 행사라서 그런지 다행히 다른 기관과 크게 겹치지는 않았다. 하긴 지하철 5번 출구를 빠져나와 보자. 그 순간 곧 바로 민주당에서 친 천막 여나 문 개가 보이는데 ‘밤길걷기 팀’에서도 이점 상당히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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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행사가 시작되는 5시 반부터는 서로 겹치지 않도록 양해를 구해야 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5시 30분에 예정된 ‘국민보고대회’를 청계광장으로 옮겼고 이어서 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촛불시위에 합류하며 광장정치를 이어갔다. 다른 때 같으면 민주당에서 친 천막을 지키면서 서울광장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지만 이날은 처음부터 청계광장으로 갔던 것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2013년 한국생명의 전화에서 주최하는 ‘생명사랑밤길걷기’가 시작됐다. 남대문 쪽으로 가는 10km 출발이 끝나자 5km 출발부터는 긴장과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청계광장에서는 야당과 시민연대가 10만 명을 목표로 한다는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반대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어버이연합의 맞불집회가 있어서 양쪽 길 모두에서는 소음과 인파로 넘쳐났다. 안 봐도 당근이다. 참가자들의 안전과 진행속도에 걸림돌이 될 판이다.
종로경찰서로서도 한꺼번에 세군데서 큰 행사가 벌어지는 판이니 3중고가 닥친 셈이라 할 수 있다. 시국이 수상할 때일수록 종로경찰서는 늘 비상이겠지만 밤길걷기 주최 측에서도 5km 참가자들의 안전한 견인이 급선무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핵심 상대는 종로경찰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무난한 완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종로경찰서의 물샐틈없는 대처에 힘입은바 컸다. 사족 한 마디를 덧붙인다. 엎드리면 코 닿을만한 거리 세 곳에서 성격이 다른 집회 세 건이 벌어지는 시청과 광화문 일대는 겉으로 보기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런 분출구가 있기에 시민들은 나름대로 울화를 달랠 수 있고 대한민국은 그런대로 굴러간다는 점이다.
밤길걷기의 실제로 들어가 본다. 낮 2시를 전후에서 집결한 300여명의 봉사자들은 간식박스를 뜯어서 식수와 주스와 비스킷과 빵을 건사하여 1인 봉투에 담는 작업을 했다. 곁들여서 접수현황을 확인할 노트북과 각종 연결망을 설치하고 전자촛불을 밝혀 소원 글을 써서 담을 흰 봉투를 비롯해 대회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고 나서 관계자들과 함께 때 이른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치우고 이내 식전공연과 함께 본 행사 준비로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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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은 크게 서울광장 팀과 3개 코스로 나뉜 구간 도우미 둘로 나뉜다. 여기서 코스별 도우미는 다시 깃발을 들고 전방과 후미를 지키며 페이스메이커 노릇을 하는 그룹과 중요 길목에서 야광 봉을 들고 참가자들의 돌발 사태와 코스 이탈방지 및 보호 역할을 하는 그룹으로 정해졌다
홍보대사 배한성 씨가 본 행사 사회자로 나서면서 귀빈 소개와 격려사가 있었고 전병금 대회장의 개회사를 신호로 10km로부터 출발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 동안에 귀빈들은 육군자살예방홍
보 팀 등 단체들을 찾아 관계자들을 위로하면서 광장 가장자리에 빙 둘러 자리 잡은 부스를 돌았
다. 5km 팀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사전작업이었던 것이다. 특기사항은 국민은행 1천명과 코레일 팀 500여 명과 같이 대규모 단체 팀들은 자사 지원 부스를 직접 운영한 점이다.
이 행사의 한가운데는 육군군악대가 있었다. 하얀 바지에 빨간 상의에 흰 모자를 쓴 군악대 30여명은 흰 제복으로 성장한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서 매 순간 팡파르를 울려주며 소중한 원군이 돼줬다. 먼저 출발 팡파르를 신나게 터뜨리고 나서는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경쾌한 음악을 연주해줬다. 출발행사의 모습 중에서 최고의 장관은 아무래도 5km 팀일 것 같다. 물론 행사의 대미를 장식해준 것은 33km 완주 자들이 도착하는 새벽녘이었고 말이다.
다시 5km 출발 모습을 살펴보자. <생명사랑 밤길걷기>라는 대형 펼침 막을 들고 선두에 선 귀빈들 즉 노장들의 진지한 모습이 잔상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뒤이어 5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대열을 지어 늘어선 모습 또한 물론이다. 징소리를 신호로 육군군악대의 팡파르가 밤하늘을 가르며 유난히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출발선은 삽시간에 떠들썩한 잡음으로 장관을 이루고 선두대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외치는 메가폰 소리는 군악대의 행진곡과 오랫동안 시야를 꽉 채우고 있었다. 드디어 아주 짧은 침묵이 흐르더니 곧 33km 팀의 모습도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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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진행 팀은 곧바로 본부석 쪽으로 이동했다. 5km 팀과 10km 팀들의 도착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5km 10km 팀의 폐회사와 격려사를 담당할 인사들을 안내하고, 무대에 오르게 될 공연 팀들과 연락을 취했다. 식후 공연은 단체합창과 가야금병창, 클래식 연주와 인디밴드 그리고 전자바이올린과 대중가수의 노래로 채워졌다. 도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무대 앞 객석은 점점 사람들로 메워졌다. 11시 폐회사와 함께 전반부 행사가 끝났다.
마무리 수순이다. 집행부는 차량을 타고 33km 참가 팀들이 걷고 있을 장소로 이동하였고, 곧 다시 돌아와 완주 자들을 맞을 채비를 차렸다. 봉사자들은 광장 주변에 설치된 부스에서 의자와 흩어진 테이블을 모아다가 아침식사를 위한 배식용 탁자를 설치했다. 33km 완보 자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서둘러서 식사를 마쳐야 하기에 그전에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이 중 일부는 도착 지점으로 가서 도열해 섰다. 박수와 환호 혹은 하이파이브와 포옹으로서 환영을 하기위해서다. 완보 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가 보였다. 지친 모습으로 발걸음을 내딛던 완보 자들이 도열해서 반기는 사람들을 보자 우와!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서로 일착으로 들어오려고 갑자기 뛰는 것이어서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뒤따라 들어오는 완보 자들은 하이파이브와 포옹에 여유롭게 응하며 즐거워했다. 갑자기 새벽은 완보 자들의 자긍심으로 뒤흔들리고, 가뿐 숨결을 몰아쉬며 여명을 가르는 미소를 내뿜고 있었다.
박정례 / 르포작가 / 기자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