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청문회에 밀려 뉴스에서도, 그리고 아무데도 나오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속된말로 '똥줄 타고' 있을텐데... 사실 미국 경찰에 체포돼야 하나 몸은 한국에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스스로 미국에 가야 하는건지, 혹은 그냥 이렇게 한국, 아니 자기 집에 딱 박혀서 나오지 않는 것이 나을지 스스로 고민이 많을 사람이죠. 모든 한국 국민들에게 영어 동사 'grab' 의 뜻을 널리 펴서 알려주신 분, 바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분입니다.
미국에서 '그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한번 봅시다. 캘리포니아에서 몇 번째 꼽히는 큰 도시이며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샌디에고 시의 밥 필너 시장으로부터 성적 희롱을 당했다고 밝힌 열 여덟번째 여성이 나왔더군요. '부적절하게 만졌다'는 건데, 그 수준으로 보면 윤창중씨보다 낮으면 낮았고 덜하면 덜했지, 윤창중씨와 관련된 이야기들에서 전해지는 수준까지 야하고 천박하진 않습니다.
글쎄요...들켜서 문제가 되어서 그랬지, 윤창중 씨는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그랩신공을 시전했을까요? 뭐, 그랩만 했을까요? 개버릇 남 못 주는 바람에 항상 시전하던 걸 미국에서까지 시전했다가 이른바 '빅 엿'을 드신 거겠지요.
샌디에고 시장의 경우처럼 그랩 신공을 잘못 시전하면, 그것도 고위 공직자가 그렇게 시전을 하면 개망신을 당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또 그래야 하고요. 빌 클린턴이 유능한 대통령이긴 했지만(힐러리가 더 유능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아랫도리 잘못 휘두르다가 탄핵의 위기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이래저래 말이 많긴 했지만,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 볼 때 윤창중 전 대변인은 사법 처리도 사법 처리지만, 뉴스에서 매 시간 탑으로 나올 만한 짓을 저지른 겁니다. 이게 뉴스거리로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은 자국 공무원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만일 미국 공무원이 이런 일을 벌이다 걸렸다면... 위의 밥 필너 시장의 경우에서 보듯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렇다면 윤창중씨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미국에서 윤창중을 원해도 이 정부에서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이 정권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랬기에 거짓말로 가득 찬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박근혜 정권 쪽을 오히려 역으로 견제하려 들었던, 그랬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아예 구제불능으로 전락해 버렸고 그때부터 두문불출을 시작한 그이지만, 만일 미국에서 그를 원한다면 오히려 가려고 들을 겁니다. 지금은 이 정부에서 오히려 윤창중의 미국행을 막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써놓고 보니 문득 김형욱이라는 이름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이 문제와 아울러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미 2015년으로 연기된 평시작전권 반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다시 작전권 반환 자체를 연기해 달라고 해서 도대체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인지의 여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생긴 것이 얼마 전이지요. 이같은 한국의 요구에 대해 미국은 방위비를 아예 더 분담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으로 전략폭격기가 출동할 때 그 운용에 드는 비용까지도 부담하라는 뜻을 비친 바 있습니다. 최근의 이같은 상황은 왜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한국이 '전략적 요충지'가 분명하다면, 우리가 오히려 배짱을 튕기며 "너희가 필요해서 주둔하는 거고, 그래서 땅 빌려주니까 임대료 내."라고 할 수는 없는 걸까요?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미국은 이미 한국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거지요. 이명박 때 강정을 두고 그랬듯, 지금도 마찬가지로 한국이 가장 '아파할 부분'이 뭔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미국의 태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게 절절 매고 있는, 북한보다 수십 배 강한 군사력과 국력을 지닌 나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비굴한 모습의 정권...
국가의 영광이 목적이 아니라, 정권을 매우 사적인 것으로 유용하려 할 때 이런 비굴함이 드러납니다. 주권국가가 주권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상황 속에 윤창중씨에 대한 해법도 숨어 있지 않을까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