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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이사장이 퇴임했다.
최장집 전 이사장은 퇴임 이유로 안철수 의원 측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었고 자신의 의견, 주장, 아이디어가 관철되거나 수용되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한 이사장으로서 ‘결정의 권한’은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의 책임’만 지게 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안철수 의원에게도 얘기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안 의원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고 한다.
얼핏보면 안철수 의원이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론 두 사람 사이의 이념의 차이인걸로 보인다.실제 두 사람은 정당개혁안, 정치적 지향점, 대북정책에서 엇갈린 시각차를 보여왔다.
최장집 교수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다양한 갈등이 반영될 비례대표 확대를 진지하게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지만 안철수 의원은 비례대표제 도입보다는 의원수 축소와 정당공천제 폐지등을 내세운 바 있다.
또한 최장집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가야할 노선을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으로 규정지었으나 안철수 의원은 최장집 교수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이러한 과정에서 절대지존으로서의 진보학자로서 적지않은 자존심이 상한 듯 하다.
안철수 의원과 최장집 교수의 결별은 일련의 의제들에서 진보학자로서의 소신과 안철수 새 정치 세력이 풀어나가야할 현실정치와의 이념적 충돌로 이루어진 결과로 보여진다.
노동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진보학자로서의 자존심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정책네트워크가 개인연구소가 아닌 현실정치로 발돋움하는 안철수 신당의 전초기지역할인 만큼 뒷끝은 아쉬울 뿐이다.
신당이 창당이 되어있고 그 당의 노선의 뼈대가 확고해진 상태에서 심도있는 보완이나 발굴을 위한 정책연구진들이 구성되는게 아닌만큼 이번 최장집건과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 그 누가 합류하더라도 안철수의 이념적 스팩트럼이 넓은만큼 한 쪽의 이념적 아젠다에만 치우쳐서는 안될 것이다.또한 현실 정치인인 안철수에게 세간에서 멘토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적절치 않은 표현인 듯 하다.
안철수가 정치를 경험하고 배워나가긴 하겠으나 영감을 받고 참고만 할뿐이지 스승과 제자사이처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안철수에게는 지혜로운 수평적 조력자가 필요할 뿐이다.
앞으로 정책네트워크에 새로 합류할 인사가 있다면 안철수 측에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친화력있는 성품의 인물을 모셔오는게 더 좋을듯하다. 함께하는 길이 가시밭길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함께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정인물이 가지는 대중성이나 상징성에 의존하기보다 구성멤버를 확장하거나 조직시스템을 개편하는편이 낫다. 기왕이면 좀 더 국민들의 참여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시스템이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안철수 의원이 많이 상심했을 듯 하다."내가 잘 못 모신듯 하다"라는 안철수 의원의 말속에 많은 아쉬움이 녹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나 함께하는 측근들도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