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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8월 14일이겠지만, 한국은 광복절이겠군요. 이명박 정권 초기에 건국절 논란이 있었지만, 광복의 역사는 독립을 위해 싸운 민족의 역사여야 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봐도 광복절의 의미는 일제시대 처절히 피흘리며 싸워 온 조상들의 역사여야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민족의 해방이 분단의 역사가 되어 지금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올가미가 되고, 결국 막아내지 못한 분단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비극의 단초가 되고 있습니다.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숱한 사람들은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이유도 모르고, 혹은 그냥 생존 본능에 매달려 죽고 죽여야 했습니다.
광복절의 역사를 돌아보며 가장 아이러니컬한 것은, 일제 통치하에서 그들에게 협력하고 부역했던 자들과 그 후손들이 그 일본에서 해방된 날의 축사를 읽어왔다는 겁니다. 부역자들이 지배자가 되어 온 역사 속에서, 당연히 일본에 대한 자세는 늘 저자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일본에 대해 광복절 때 가장 떳떳하게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였습니다. 친일 세력을 단죄하는 데 있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었던, 친일 부역세력이 아니었던 그는 '친일 잔재 청산'을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떳떳함이 이어지지 못한 이후, 우리는 다시 일본에 대해 굴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친일의 잔재가 묻어 있어서 일본에 떳떳하지 못한 그 세력은 미국에겐 자주국방의 권리를 맡겨놓고 그것을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효과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리적 국방력이 북한의 몇십 배면 뭐합니까? 이렇게 일본과 미국이라는 주변 강대국들에게 사대적인 자세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의 국방 주권을 찾아오는 것은 '빨갱이 짓거리'라는 자존심 따위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는 세력들이 국가의 지도세력이며 중추라고 앉아 있는 한, 우리가 떳떳한 주권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그 떳떳함을 잃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극우들은 다시 스물스물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자 기어나오고 있습니다. 저들이 당당하게 욱일승천기를 걸어대고, 신사를 참배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손꼽으라면, 그것은 우리에게 떳떳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오래전 독립군들이 피를 뿌리며 민족 해방의 소원 하나를 걸고 혼신을 다해 싸웠을 때, 그들을 '토벌'하겠다며 일본의 충견이 되기를 맹세까지 했던 그 세력과 그 후손들이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다는 그 사실은, 그때의 일본 침략자들과 그 후예들을 더 뻔뻔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절은 없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