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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민주화입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 50여년 간 고도성장했지만 대다수 국민의 삶은 갈수록 불안해 지고 있습니다. 재벌의 독점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서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 극화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국민이 적정한 소득을 분배받아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한시바삐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는 정부 수립 때부터 우리 헌법의 근간을 이루 어 왔습니다. 제헌헌법 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 는다. 각각의 사람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한 기업이 산출하는 이익을 근로자도 균점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18조)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공영화해야 한다고도(87조) 규정했습니다. 지금 보더라도 매우 진보적이 고 개혁적이며 구체적인 조항들입니다.
이 조항들은 그동안 개헌을 통해 그 표현이 다소 바뀌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헌법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이렇게 말합니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 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조차도 경제민주화를 약속할 만큼 국민적 요구가 드높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정 부가 출범한 뒤 용두사미가 돼버렸습니다. 박대통령은 지난 달 국회가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약간의 세금을 매기는 법 을 만드는 것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끝났다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단편적이고 미온적인 몇 가지 조처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벌과 극소수 부자들의 횡포를 차단하고 그들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과 대다수 국민이 동참하는 구조로 바꿔내야 합니다. 헌법의 근간인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