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내가 제게 자고 있는 작은아들녀석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합니다. "와, 쟤 기럭지 좀 봐. 저정도면 금방 자기 키 넘어가겠는데?" 그 말을 듣고 제가 한번 다시 자세히 살펴봅니다. 아닙니다... 어쩐지 제 키를 넘어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혹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자는 놈을 깨웁니다.
"권지원, 일어나 봐." 세상의 온갖 귀찮음은 한 몸에 다 지니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작은아들놈이 부스스 일어나더니 우선 화장실로 향합니다. 잠시 후 그 예의 부스스한 얼굴로 나오는 놈을 잡아 놓고 말합니다. "너, 돌아서봐." 그리고 애 엄마가 비명을 지릅니다.
"어떡해! 지원이가 더 커!" 애구...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아이들 두 녀석이 이제 다 아빠보다 큽니다. 지호야 진작에 아빠 키를 넘어섰고... 물론 영양상태라는 것도 과거와는 다르다... 고는 하지만, 일단 저와 아내가 작은 편이 아니니 그 유전자가 섞인 탓도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성장기에 적당한 운동을 해 준 것도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성당에 오신 어머니께 당장 보여드렸습니다. "저.. 지원이 키 좀 보세요. 권지원, 이리와 봐."
어머니께서 입을 딱 벌리십니다. "지원이가, 더 크다!"
아이들이 내 키보다 더 크다면 기분이 어떨까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릎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애구, 이것들은 언제 쑥 클까' 했는데 아이들의 키는 이미 저보다 더 커져 있습니다. 지원이가 만으로 열 한살 넘어 열 두살 되어 가는 참인데, 이렇게 오늘아침 저보다 키가 컸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제 마음은... 뿌듯합니다. 예, 솔직히 뿌듯합니다.
이제 아이들의 신체적인 신장은 키워 놓았으니, 아빠로서는 아이들의 '정신적 키'를 키워줘야 할 터인데,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아이들과 잘 노는 것만으로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실, 아이들의 '정신적 키높이'를 키우기 위해, 저는 제 정신적인 키높이를 낮추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게 잘 먹혔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아이들과 더 열심히 대화하고, 내가 생각하는 많은 다른 문제들도 함께 나누는 것으로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기도 합니다.
내 두 아들들의 키가 저보다 큽니다. 뿌듯합니다. 이제 아이들의 정신적 키가 언젠가는 저보다도 훨씬 웃자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