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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여야가 지난 17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2차 예비열람을 마쳤지만 정작 핵심인 회의록 원본의 존재는 확인조차하지 못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기술적인 문제로 대화록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 어딘가에는 분명히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기록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넘긴 건수가 무려 824만건 정도가 된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참여정부나 이명박정부에서 실수나 고의로 누락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역사를 왜곡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참여정부가 이 기록물을 삭제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정책회의를 열고 “참여정부가 기록물을 삭제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면서 "만약 이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된다면 분명히 민간인사찰을 은폐해 온 점이나 국정원 댓글 폐기와 조작 경험에 비춰 삭제와 은폐의 전과가 있는 이명박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MB정부’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만일 참여정부가 이를 의도적으로 삭제 또는 누락했다면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4월27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어 그 기록물을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만든 당사자이다.
한마디로 ‘대통령기록물’이란 지위를 최초로 공식화한 사람이란 뜻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그 어느 역대 정부보다도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했을 것이고, NLL 대화록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폐기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더구나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기록물을 100% 이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 참여정부 때 마지막 기록물 담당자였던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18일 "기록물을 넘기는 과정에서 대화록만 빠졌을 가능성은 없다"며 "100% 이관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명박정부 당시에 기록관 직원 대부분이 이명박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노무현정부가 설사 어떤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이를 누락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의심하는 것처럼 필자 역시 MB정부가 의심스럽다.
사실 대통령기록관장은 임기를 보장하게 돼있는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2007년 12월)한 기록관장을 2008년 3월에 해임해버렸고, 이후 기록관장을 공석으로 뒀다가 2010년 3월에 가서야 청와대 비서관을 기록관장으로 임명한 일이 있다.
당시에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할 이유가 혹시 이런데 있는 것은 아닐까?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MBN '고성국 이혜경의 뉴스공감'에 출연, "이명박정권에서는 BBK 기록물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렸다.
민간인 사찰 증거물도 없애버렸다. 또 서울경찰청에서는 소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내용을 컴퓨터를 파기시켜버렸다"면서 "이런 것을 보면 의심도 된다"고 말했다.
정말 박 의원의 주장처럼 이명박 정부가 ‘BBK 기록물’, ‘민간인 사찰 증거물’ 등을 없애버렸다면, 그 과정에서 실수로 NLL대화록까지 동시에 폐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같다.
그렇다면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누군가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중요한 부분만 훼손했을 개연성은 있으나, 전자기록이기 때문에 흔적이 남아서 만약에 수사를 하게 된다면 훼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NLL대화록이 실수나 고의로 누락됐다면, 그 책임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이든 MB 정부 관계자들이든 책임 당사자들은 아무래도 발 뻗고 잠자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