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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을 맞아 개헌논의 본격화를 공식 제안했다.
물론 당장 개헌논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강 의장은 적절한 개헌논의시기에 대해 ‘내년 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앞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지금이 헌법을 새롭게 손 봐야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기에 딱 적절한 시점"이라며 개헌논의 시기를 ‘지금’이라고 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 의장이나 김 대표 모두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개헌 논의시기에 대해서는 강 의장은 ‘내년 초’, 김 대표는 ‘지금’이라며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태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 하에서 헌정주의가 정착된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에 초점을 두면서 정치엘리트의 밀실담합에 의해 졸속적으로 개정돼 상당히 손을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관련, "정치적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한번 선출되고 나면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 평가와 문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임제는 대통령이 자의적이고 독단적으로 무책임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국정을 운영할 유인을 제공한다"며 개헌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 의장 역시 그런 뜻에서 개헌론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 같다.
실제 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 6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현행 헌법이 이뤄진 지난 1987년 이후 우리 사회의 규모와 내용이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개헌논의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초부터 공론화를 시작,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지금 바로 개헌에 착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도 되지 않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안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강 의장의 주장처럼 지금은 새 정부가 북핵 위기, 경제침체, 재정위기를 비롯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해결해야할 시기이다.
따라서 새정부에게 적어도 금년 말까지는 총력을 기울여 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게 강 의장의 판단인 것 같다.
일단 개헌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강 의장 생각에 필자 역시 동의한다.
그러면 대체 지금 개헌을 논의할 시기도 아닌데, 국회의장이 굳이 개헌론에 불을 지필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제헌절’이라는 특별한 날, 국회의장으로서 뭔가 특별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06년부터 거의 매년 제헌절만 되면 국회의장들은 어김없이 ‘개헌’을 거론해 왔다.
오죽하면 중앙대 명예교수인 권영설 공법학회 고문이 전날 국회 법제실, 한국공법학회, 헌법포럼이 공동으로 개최한 개헌 65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 기조강연문에서 "제헌절은 헌법의 준수와 수호를 다짐하면서 경축해야 하는데도 개헌절이 됐다"고 꼬집었겠는가.
물론 정치권에서는 이미 개헌논의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국회의장이 ‘개헌’을 공식제안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개헌논의시기에 대해 ‘지금은 아니다’라고 못 박으면서도 굳이 이 시점에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원 선거개입 국정조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행여 개헌문제가 여야간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김 대표는 개헌논의 시기에 대해 ‘지금이 딱 적절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새누리당과 정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