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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은 7월 16일 아침이지만, 한국은 이제 7월 17일, 제헌절이 됐을 겁니다. 저 어렸을 때 제헌절은 국경일로 쉬었었는데, 아직도 그런지 궁금하네요. 한국 땅을 떠나온 지 24년이 가까워져 갑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요.
국경일도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생각해보면, 국경일조차 그 등급이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심한 나라도 우리나라밖엔 없는 듯 합니다. 아마 우리의 정치상황, 그리고 사회적 성숙도의 변화가 이런 변화들도 가져왔겠지요.
우리의 헌법이 적지 않은 면에서 미국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은, 아마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시작이 미국의 영향 아래서 이뤄졌기에 그렇겠지요. 미국의 헌법은 존 로크가 처음 제창한 삼권분립을 교과서적인 공화정 속에서 실시한 것입니다. 권력욕을 가진 개인들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삼발이처럼 서 있는 이 방식은 권력의 독점을 막음으로서 전근대사회에서 보여진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어느정도 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그 중심이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알렉시스 토크빌이 그의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예견했던 것처럼 미국의 공화정은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를 온건한 방식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배할 수도 있다는 것도 분명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극단적인 행정부로의 권력 쏠림으로 나타났을 때, 그것이 어떤 비극(또는 희극)을 초래하는가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던 수많은 나라들(우리나라를 포함해서)의 독재자들이 보여주는 양태에서 잘 드러나기도 하지요.
욕심으로 가득 찬 소수가 이끄는 무지한 다수는 깨어 있는 중간자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신념으로 무장한 이들이 묻고 따지지도 않고 감정에 이끌려, 혹은 우경화되어 온건하고 상식이 있는 이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마치 요즘 인기있는 '진격의 거인'이나 아니면 좀비들이 등장하는 영화 같은 것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미국식 민주주의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삼권의 분립입니다. 헌법의 1장부터 5장 사이엔 삼권분립의 정신이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이런 민주주의의 기본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그 1장 1조는 분명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이 헌법 정신이 지켜지려면 권력은 총칼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으로 나와서도 당연히 안 됩니다. 헌법 정신이 부정된 것이 제헌 이래의 우리 역사에서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것이 지금 21세기에 와서도 다시한번 부정되고 있음을 지켜봐야 하는 이 역사의 아이러니가 답답합니다.
그래도 역설적으로 그 헌법 정신이 어지러워질때마다 이것을 바로잡으려고 일어나는 시민들의 정신이 촛불로 승화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헌법을 만든, 그리고 헌법을 이루고 있는 그 정신의 근간은 역시 권력의 창조 주체인 국민들에게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