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끝나고 나서 집에 와서 씻고, 한숨 자고 일어나 컴퓨터를 들여다보니 전두환 자택과 시공사 등 전두환 아들들이 관계된 곳들을 열심히 뒤지며 추징금 미납금 조사하고 있다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군요. 여기에 얼마전 4대강 공사에 관해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이명박에게 칼날을 향하고 있다는 소리들도 나오고. 지금 이런 수순이 나오는 건 너무 그림 뻔하네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개인비리 혐의로 잡아 넣을 때 이미 알아봤고, 여기에 귀태 발언 논란 나왔을 때의 신경질적인 반응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것이 점차 확산되고 커져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 그대로 보입니다. 그만큼 급했던 모양이지요.
국민의 시선을 한번에 확 잡아 끌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 기획하고 가동한 것은 '당연히 받아야 할' 전두환에 대한 추징금, 그것도 확실하게 집달리가 딱지 붙이는 거 다 보여주는 정도는 필요했겠지요. 예전에 '오빠에게 6억 받아 쓴 안면' 같은 건 확실하게 무시해야 할 정도로 사태가 급뱍하게 돌아간다는 판단이 선 것일까요.
읍면단위에서까지 벌어지는 촛불집회, 그것도 자기의 완전한 텃밭이라고 믿었던 경북 지역에서까지 일어나는 촛불집회가 두렵긴 했겠지요. 그나저나 전두환을 이른바 전땅크라며 찬양하는 일베 분들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겠는데요. 누구 편에 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테니.
문제는 이것이 과거 전두환이 김종필에게 그랬듯, 그냥 일과성 쇼일 수도 있다는거죠. 물론 당시 전두환은 정계의 거물이었던 김종필의 복귀를 막으면서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겠지요.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된 박근혜가 전두환 세력을 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상황은 아니었을테고, 서로 일정정도 조율은 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가능한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만큼 촛불의 확산이 두려웠다는 쪽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민들이 더 가열차게 요구해야 하죠. 추징 시한 연장 따위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청산하도록 더 압력을 넣어야 할 겁니다. 물론 자기 입장에선 '이 정도까지 해 줬는데도' 시민들이 부정선거 문제로 계속 압력을 가한다면 아마 국정원장을 치는 선까지 가야 할 겁니다만, 실상 속으로는 자기들 2중대로 짝짜꿍 쳐주는 민주당의 있으나마나한 존재감에 대해 코웃음치면서 어떻게든 지금의 운동들을 누르고 탄압하는 쪽으로 향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민들의 존재감이 드러났을 때, 더욱 힘을 모아 부정선거 문제에 집중하고 비록 있으나마나한 야당이긴 하지만, 그 안에 남아 있는 깨어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라도 계속해 힘을 모으고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대 한국 역사라는 틀거리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깨어 있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날 때만 변화가 담보됐고, 그것이 비록 완전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큰 족적을 남길 때에만 변화들이 일어났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어디에 살든, 지금은 연대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버텨주고 밀고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1987년, 정말 진하게 겹치네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