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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TI(사회동향연구소)에 의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71.6%가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적잖은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날벼락 같은 일이 백주대낮에 발생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아울러 어느 독재국에서나 있을 법한 파렴치한 사태로 국민적 자존감에 막대한 상처로 작동되는 까닭이다.
이런 위기 정국 앞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말이 없다. 그저 묵묵부답으로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다 마침내 청와대 홍보수석 입을 통해 "대선에 불복할 셈이냐"라며 오히려 국민을 겁박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쯤되면 막가겠다는 뜻일 게다.
국정원의 부정선거 개입은 실로 엄혹한 국기문란 사태다. 1960년에 발생한 이기붕의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범법 행위다. 비록 깡패 동원과 같은 물리력이 행사되지는 않았으나, 최첨단 문명화된 21세기 한국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혼란의 중심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수사 및 그 배후를 밝혀서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정권의 존망 자체가 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여론의 핵심이다.
광장의 순혈한 촛불을 무력화시키고자 섣불리 공권력을 사용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칫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게 되면, 작금의 정국 추이를 가슴 조이며 지켜보는 국민적 시선에 불을 당기게 된다. 그와 함께 박근혜 정권은 곧장 식물 집단으로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NLL 관련 문건을 무단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파면이다. 아울러 이를 사전 입수한 것으로 관측되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에 대해서도 그에 따르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물타기 하려는 그 어떤 공작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참으로 엄혹한 현실 앞에 놓여 있다. 대통령에게도 그렇거니와 국민 또한 매양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대치 정국으로 몰아 넣어서는 결코 이롭지 못하다. 잘못된 것을 훌훌 털고 가지 않으면 결코 물러 설 수 없는 국민적 공분은 충만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이제 결단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해야 한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고 또 국민의 행복이 운명되어진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 하였다. 전체 국민의 70%가 넘는 여론 앞에 진솔한 자세로 순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jst01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