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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아기가 태어나지 말라고 어머니는 간장을 마셨다. 그런데도 태어난 사람이 박정희다. ‘귀태’의 서막은 그렇게 올랐다.
박정희가 진정으로 열혈 애국청년이라면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 장교가 되지 말아야 했다. 배달겨레의 영혼을 팔아 만주국 장교 배지를 달고 일본 천황에세 충성을 맹서한 순간부터 박정희는 이 땅의 귀신이 아니다. 그런 ‘다까끼 마사오’가 광복이 되자 남로당으로 변신하더니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군 장교가 되었다. 이 정도면 귀신도 까무러칠 변신술이다.
‘다까끼 마사오’가 다시 박정희로 변신해 과거를 참회하고 이 나라의 진정한 군인으로 살기를 원했다면 쿠테타는 일으키지 말아야 했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한일협정을 졸속으로 체결하지 말아야 했다. 여생을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기를 원했다면 ‘유신’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나마 가정을 지키려 했다면 안가에서 딸 같은 여대생을 불러 술판을 벌이지 말아야 했다.
어머니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박정희’, 태어나지 말아야 할 ‘다까끼 마사오’, 태어나지 말아야 할 ‘5.16 쿠데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박정희 정권’, 태어나지 말아야 할 ‘유신통치’, ‘저지르지 말아야 할 불륜’, 씨를 잘못 뿌린 역사는 비극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극 이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전두환 정권이 태어났고, 태어나지 말아야 할 민정당이 태어났다. 그리고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민정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얼마 가지 않아 맹주가 되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반민족적 행위를 했는지 박근혜가 깨달았다면, 이 땅의 독립을 쟁취하려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에게 부끄러운 줄 알고 근신해야 했다. 아버지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조용히 동생들이나 챙기며 살아야 했다.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아이들을 걱정했다면 사학법 반대투쟁을 하지 말아야 했다.
대통령이 되어 ‘최고존엄’으로 대우받기를 원했으면 ‘환생경제 연극’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며 낄낄거리지 말아야 했다. 이 땅의 환경을 생각했다면 ‘4대강 사업’은 말렸어야 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부했으면 ‘대선후보토론’을 피하지 말아야 했다. 장물은 국가에 반납해야 했다.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한 말을 듣고, 남북 정상회담 녹취록이 새어나간 걸 감지했다면 박근혜는 말려야 했다. 국정원이 댓글을 달았다면 이 또한 말려야 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를 방조했다. 국정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Made in 국정원’이라는 바코드 붙인 채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었던 것이다.
박근혜가 사심이 없다면 대다수가 반대하는 윤창중은 대변인으로 임명하지 말아야 했다.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을 원했다면 언론은 장악하지 말아야 했다. 국정원이 댓글을 단 게 확인되었으면 박근혜는 국정원 댓글을 옹호한 사실에 대한 사과를 해야 했다. 즉시 국정원장에게 책임을 물어 해임해야 했다. 자기가 주창한 ‘휴전선 평화지대’에 힘을 실으려면 ‘NLL 논란’을 말려야 했다. 그런데 국가기밀 누설을 방조하며 박근혜는 국정원이 셀프 개혁하라고 힘을 실어주었으니, 태생과 원산지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연속으로 이어져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정원표 대통령이 태어났느니, 이것이 ‘귀태’가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