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강 운하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을 위한 전 단계’라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당시에는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여 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뜻대로 진행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원 감사결과 우리가 제기했던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졌고, 이제야 정치권은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들갑이다.
실제 감사원은 지난 11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로 이어진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따라 4대강의 기술적 결함 등으로 인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실제 감사원은 지난 1월 4대강 16개 보(洑) 중 15개 보에서 바닥보호공 등 안전시설물이 빠른 물살에 유실되거나 보의 본체가 균열현상을 빚는 등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마디로 4대강에 건설된 대다수의 보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핵폭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보 인근 지역주민들이 불안 해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008년 당초 균형위가 발표한 종합정비방안은 4대강 바닥의 흙을 퍼내는 준설작업은 홍수시 강물의 소통이 잘 안 되는 협착부에서 2억2000만㎥ 규모만 실시키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물을 가두는 보는 도심구간의 수위 유지 차원에서 소형 보 4개만 설치하는 수준으로 계획이 수립됐다.
그런데 그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른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토부에 계획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듬해 6월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준설량은 5억7000만㎥로 늘리고 중대형 보 16개를 4대강 사업구간에 설치키로 하는 등 그 규모를 어마어마하게 늘리고 말았다.
즉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0m에 맞추는 등 대운하(최소수심 6.1m) 수준과 유사하게 사업을 변경한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2일 균형위 안의 사전보고시 "수심이 한 5~6m 되도록 굴착하라"고 직접 지시했는가하면, 국토부가 작성한 자료에서도 '향후 3~4m만 더 파면 운하추진이 가능하다', '4대강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대운하와 동일하다'는 표현이 나왔다고 한다.
이로 인해 4대강 건설 사업에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불필요하게 더 많이 들어갔음은 물론, 이제는 그 안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단순히 홍수 등 자연대해 대비용 사업이 아니라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인 만큼, 그 규모가 그만큼 커졌고, 위험요소 역시 덩달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4대강은 대운하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불필요하게 깊어진 수심으로 인해 그만큼 관리비용이 소요되고 수질관리도 어려워지게 됐다.
그런데도 MB 정부는 줄곧 4대강과 대운하와의 연계성을 부인해 왔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이번 임기 중에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는 가하면, 같은해 12월 친이 세력이 장악했던 여당(한나라당)은 대국민 선언을 통해 '대운하 포기'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이 "이 전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대운하를 재추진하기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에 출석해 4대강 사업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한 당시 총리, 국토부 장관, 환경부 장관, 수자원공사 사장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전모를 확실히 밝히고 진상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만큼,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실규명이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차제에 이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에 관여했다면, 마땅히 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국민감정에도 합당한 일일 것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국민 앞에 나서서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