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주인을 지켜야 할 개가 주인이 잠자고 있는 사이 도둑에게 집 대문을 열어준다. 그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아예 도둑과 합심해서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든다. 만약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처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필자라면 도둑보다 주인을 배신한 개를 먼저 손볼 것이다. 필자가 혹 도둑에게 큰 해를 입게 되더라도, 주인을 배신에 것에 대해 철저한 응징을 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인해 더 큰 댓가를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틀 전 국정원은 민주당의 진선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리고 어제는 국정원에 의해 자행된 천인공노할 국기문란사건의 핵심인물인 일명 '국정원녀'가 진선미 의원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정말이지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들이 따로 없다. 이런 자들이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첨병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동안 일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한 주인을 배신한 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자들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라고 국민혈세 투입해가며 일을 맡겨놨더니, 도리어 국가와 국민의 등에 칼을 들이 밀고 있다. 국내 정치와 국내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정원과 그 국정원에 의해 고용된 공복인 국정원 직원이나 결국 국가와 국민이 아닌 정권과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충성스러운 하수인들이라는 것을 나날이 입증해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국정원과 경찰, 새누리당의 불법과 부정이 명명백백히 밝혀진 상태다. (솔직히 필자는 이제 이 주제로 글을 써 나가는 것 조차 힘들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지난 글들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다만 작금의 대한민국은 언제든 진실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될 수 있는 부조리한 사회라는 것이 저들의 명줄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보편적 상식을 지닌 국민들에게 사회정의와 공의, 법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조차 통용되지 않는 이 저급한 막장 드라마를 계속해서 지켜보라고 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욕이고, 고통이며 할 짓이 도저히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 국정원은 <국정원 게이트>를 물타기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여 본질을 흐리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저들에게 사회공동체가 정한 합리적 원칙과 상식, 기준을 들이댄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비상식으로 무장한 자들에게 상식적인 방법으로 대적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너무나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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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의 근거없고 터무니없는 악성 주장으로 인한 고소인의 심리적 피해가 크다"
이는 국정원녀가 진선미 의원을 고소하면서 내세우는 변이다. 이성의 옷을 잠시 벗어두고 감정의 옷으로 갈아입고 행동한다면, 감정의 옷으로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 잘난 면상들에 침이라고 뱉고 싶은 심정이 앞선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감정의 표출은 정작 필요할 때를 위해 고이 접어두어야 한다. 국정원녀에게 향할 감정의 작은 편린조차 아껴, 더 중요한 곳에 마음껏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국정원녀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해볼까 한다. 그녀에게 이 서신이 당도할 것을 기대해 보면서.
<진선미 의원을 고소한 국정원녀에게>
그래, 자네가 받은 심리적 피해가 크겠지. 위에서 시키는 대로, 그저 해왔던 일을 했던 것 뿐인데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겠지. 그 동안 말 못할 상처와 심적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거야. 정말 그랬겠지. 그런데 자네가 땅바닥에 내팽게친 양심과 해서는 안될 부당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좌절과 상심 속에 빠져있는지 한번 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아니, 모든 것을 다 제껴두고 지금 자네가 어떤 짓을 벌이고 있고, 역사와 국민 앞에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기는 한가? 차라리 자네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네. 모르고 한 짓이라고 믿고 싶네. 알면서도 이런 짓을 서슴치 않는다면 도대체 자네와 금수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시간은 참으로 허망하게도 빨리 흘러간다네. 또한 변치않고 영원히 유지되는 권력도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 세상이 허락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솔로몬도 결국 삶의 마지막엔 '인생은 헛되고 헛되다'라고 말했다지 않은가! 아마 저 말은 그가 삶의 종극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해서는 안될 짓을 서슴치 않았던 젊은 날을 후회하며 내뱉은 말일 것이네. 자네는 어떨 것 같은가? 과연 지금의 선택이 옳은 결정이요, 자네의 양심에 비추어 스스로가 수긍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나? 자네의 이런 행동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눈 한번 질끔 감으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이라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생각이네. 살다보니 그렇더군. 그 옛날 내가 했던 사소한 잘못까지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져만 간다네.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정말 왜 그랬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바로 잡고 싶은 내 유년의 그늘들이 너무 많다네. 그러나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자네도 알 것이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좋은 추억들은 점점 더 빛이 바래져만 가는데, 잊고 싶고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들은 점점 더 생생해져만 가더군. 아마도 자네도 그렇게 될 것이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거든. 신이 정해놓은 얄궂은 인간의 섭리인 셈이지.
후회, 이것 평생가는 것이라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자네가 진의원을 고소하면서 말한 심리적 고통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는, 가늠할 수 없는 무게도 다가올 것이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고, 커지는 것이 바로 후회라는 것이네. 잘 생각하시게. 그리고 명심하시게. 이미 자네가 행한 일만으로도 국가와 국민은 지금 헤어나오기 어려운 수렁 속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네가 지금 바로잡지 못하면 먼 훗날 자네 역시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 속에 갇히게 된다는 것을 말이네. 누구도 예외는 없네. 그런 면에서 인생은 공평한 것이지.
부디 잘 생각하시길 바라네. 눈부시고 아름다운 자네의 젊은 날이 이렇게 거짓과 부정 속에 점철되도록 방치한다는 것, 자네 스스로에게 참으로 못할 짓 아니겠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하나 하겠네. 앞으로 어떤 일이 자네 앞에 닥치더라도 스스로를 동정하지는 말게, 그것만큼 비겁한 짓은 세상에 또 없다네. 부디 자네의 아름다운 시간들을 더러운 강물 위에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게나.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