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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울한 한국의 정치현실
100년 전 아르헨티나는 그 이전 50년 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발돋움했지만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뒤쳐졌다. 50여년 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사뮤엘슨은 그가 쓴 경제학교과서 1961년 판에서 소련이 1984년이면 미국을 추월할 수 있고 1997년이면 확실히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1980년 판에서는 그 시기만 각각 2002년과 2012년으로 늦췄다. 그렇지만 1930년 이후 40년 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소련은 초고속으로 몰락했다.아르헨티나와 소련이 이렇게 된 것은 그 성장이 착취적(extractive) 경제제도 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공저, Why Nations Fail, 2012).
우리는 지난 50여년 간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의 삶은 불안하고 고달픈 상황이다. 모든 분야에서 재벌과 극소수 기득권세력의 독점과 탐욕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경제의 활력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아르헨티나나 소련의 꼴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한시바삐 독점구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아울러 중산층과 서민을 비롯한 온 국민이 그 성장에, 또한 그 성과의 분배에 참여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임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우리 정치는 거꾸로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지 6개월 여가 됐지만 크게 기대할 바는 없을 듯하다.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한 독점을 막아내고 포용국가로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자칫 성장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
2. 그래도 한국의 희망은 정치에 있다!
5.16쿠데타 이후 우리 정치는 박정희세력이 '수퍼울트라 갑'의 위치에 있었다. 이 세력은 전두환·노태우세력, 김영삼세력을 차례로 덧붙여가며 패권을 공고히 했고 지금의 박근혜·새누리당세력이 됐다. 박정희세력의 고도성장 신화, 색깔론 및 지역주의는 이들을 떠받쳐온 삼발이이다.
김대중세력은 오랫동안 '을'의 지위였으나 국민과 김대중세력의 끈질긴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또한 새누리당세력의 무능이 불러온 경제파탄으로, 약화된 새누리당세력을 물리치고 집권에 성공했다. 양대 세력이 정치에서만은 '갑' 대 '갑'으로 팽팽히 맞서는 수준이 된 것이다.
김대중세력의 집권 전후 새누리당세력을 떠받쳐온 삼발이 가운데 색깔론과 지역주의는 급격히 무너졌다. 고도성장 신화도 기득권 타파(개혁)와 민생 안정을 향한 다수 국민의 열망 앞에 시효를 다해가고 있다. 국민적 흐름은 민주당을 필두로 한 개혁세력이 '갑'이 되어 '을'로 졸아 든 새누리당세력을 압도할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역사는 개혁세력의 편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정치세력이 뚜렷한 독점 규제와 포용국가의 비전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고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지난 대선도, 그 전 대선도 모두 승리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한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없는 '포스트 DJ' 민주당은 지난 10년 여 동안 변변한 국가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개혁성조차 퇴색하는 부진에 빠졌고 급기야 수권능력마저 의심 받게 됨에 따라 스스로 '을'로 졸아들게 됐다. 그 반사효과로 새누리당세력은 '갑'의 지위를 굳혔다. 지난 2번의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주요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민주당이 '수권능력 확충'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국민의 개혁열망과 정치의식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이를 대변할 믿음직한 정치세력을 만든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룩해서 누구나 안정된 삶을 누리는 포용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3.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의 우울한 미래
민주당이 부진을 거듭하는 동안 민주당과 새누리당 등 기존의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 빠진 다수 국민은 정치를 개혁해서 사회 전반을 개혁하고 민생 안정을 가져올 새로운 카리스마 지도자와 세력을 고대하게 됐다. 이것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현상'은 정치를 개혁함으로써 현재의 극심한 불평등을 극복하고 보다 정의롭고 민생이 안정된, 상생의 포용국가로 나아가려는 다수 대중의 열망의 표현이다. '안철수 현상' 자체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와 관계없이) 한국의 미래를 전진시킬 국민적 에너지이며 희망의 원천이다.
'안철수 현상'은 전혀 새로운 현상인 것은 아니다. 김대중 총재 이후 민주당이 대변해 왔던, 사람다운 삶이 보장되는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염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국민적 염원과 '안철수 현상'이 있기에 우리는 개혁정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년 여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 짐으로써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지금도 '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현실적 '갑'인 박근혜세력 및 잠재적 '갑'인 안철수세력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당장은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안철수세력과도 한판 경쟁이 불가피할 듯하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대선 패배를 능가하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호남에서 안철수세력에게 패하고 그 밖의 지역에서 새누리당 및 안철수세력 모두에게 크게 뒤지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안철수 세력의 미래도 비관적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후보는 지도자 다운 국가비전도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면서 다시 국민적 기대를 받게 됐지만 그후의 행보는 여전한 듯하다. 10월 재보선에서 이 세력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확실치 않지만,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낼 수도 있고 아마도 이길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어정쩡하게 일부 지역에만 후보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특히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각각 후보를 내는 경우에는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안철수 세력의 동력은 더욱 떨어지고 국민적 기대도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결과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호남에서야 어느 쪽이든 야당이 승리하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야권지지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깊어져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새누리당만 살판 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국가적 개혁과제들은 좌초하고 독점은 깊어지며 정권교체의 희망은 더욱 엷어지게 되는 것이다.
4. 통합된 개혁정당이 해법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쳐 개혁정치세력이 모두 모이는 개혁적 국민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새 정당은 단지 양대세력을 합쳐 놓는 정당이 아니다. 계파나 정파들의 지분을 나누는 정당도 아니다.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하는 정당이라야 한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및 비정규직 문제 해결, 복지의 확대, 남북 평화와 협력, 정치개혁 등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한 기성정당의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고 상향식 민주주의 원리가 철저히 관철되는 정당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공천권과 당직선거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문호를 전면 개방해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새 당은 창당과정에서부터 개혁적이어야 한다. 개혁정치세력의 미래국가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실천의지를 다지는 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창당시기는 이를 수록 좋다. 10월 재보선 전이라도 좋다. 그 때까지 창당이 어렵다면 우선 양대세력이 선거연합이라도 성사시키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창당을 해야 한다.
새 정당은 10월 재보선에서 다음 대선까지 각종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꺾고 정권교체를 이룩해서 한국을 상생의 포용국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