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8회 여성주간 기념식'에서 "지금 세계는 여성의 잠재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여성 취.창업전문 무료 경력개발사이트 꿈날개(www.dream.go.kr)가 지난 달 1일부터 7일까지 직장인 807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남녀불평등’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4명 중 3명(75.2%)이 직장에서 남녀불평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은 77.3%가 불평등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우리나라의 국가 성평등 수준이 매년 상승하고 있으나 여전히 직장문화나 가정생활 등에서의 남녀불평등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또 여성은 일자리 분야에서도 남성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임금 수준이 남성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195만 8000원이었다. 반면 남성 월평균 임금은 287만 8000원에 달했다.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68.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또 여성의 경우 임시직과 일용직 비율은 각각 28.3%와 7.0%로, 남성에 비해 각각 13.9% 포인트, 0.7% 포인트가 높았다. 반면 상용직 비중은 남성보다 10.7% 포인트나 낮았다.
이게 우리나라 인구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열악한 현주소다.
취업률에 있어서도 여성은 여전히 선진유럽 수준에 비해 한참 뒤처지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70%가 넘는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도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73.3%)보다 크게 낮은 49.9%에 불과하다.
게다가 여성으로 하여금 최고의사결정 층의 진입을 막는 이른바 ‘유리천장’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실제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이 42.7%지만, 4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7.3%에 불과하다.
물론 서울시의 경우, 4급 이상 여성간부가 2년 새 약 60% 증가하는 등 성평등 수준이 진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의 2011년 말 4급 이상 여성간부는 총 17명이었으나 지난해와 올해 정기 인사결과 4급 이상 여성간부가 10명 더 늘어 27명이나 됐다.
서울시가 3일 이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을 보면, 그 성과가 대단한 것인 모양인데, 하지만 남성 간부 수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그러면 국내 기업의 경우는 어떤가. 더욱 심각하다.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은 40%지만 여성 임원은 2%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유럽은 물론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태라면, 박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최근 여성을 경제활동에 참여시켜 성장률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듯이 박근혜정부와 국내기업들도 그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유럽 상장기업들에 대해 이사진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법안을 내놓았으며, 특히 노르웨이 프랑스 호주 스페인 등은 여성 임원 강제 할당제를 이미 시행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소식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박 대통령이 "저는 여성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사회를 위해 발휘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새 정부에서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여성 정책의 새로운 변화와 방향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신과 출산, 육아와 자녀교육 등 여성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부디 이런 약속들이 정부정책에 올바르게 반영되고, 여성들로 하여금 살맛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