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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이면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벌써 60년입니다. 세계사적으로 냉전이 종식된 지도 20 여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는 등 지난 몇 년 동안 도리어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전체제는 시민적 정치적 자유를 제약해 왔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이 있듯이 경제발전에도 근본적 장애가 돼 있습니다. 기업들은 불안한 한반도에 마음 놓고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없고 대륙으로 가는 길도 막혀 있습니다.
우리는 안보를 튼튼히 하고 북한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야 되지만, 한편으로는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안전과 번영의 길입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경계와 동시에 협력의 대상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는 60년간의 정전체제를 마감하고 남북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큰 틀에서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무엇보다 먼저 남북이 긴장을 높이는 언행을 자제하고 교류를 재개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고, 이와 연계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생존을 보장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둘째, 한반도 문제에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주변 4강을 대상으로 보다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통일 외교를 전개해야 합니다. 북미수교와 북일수교를 권장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동북아다자안보협의체’를 구성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 협력구상’을 선보이고 있는데 내실 있는 성과를 기대합니다.
셋째, 독일 통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이, 깊어져 있는 남남갈등을 극복해야 합니다. 여야는 불필요한 정쟁을 자제하고 초당적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정전 60주년의 상처를 딛고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통일복지국가의 유산을 물려 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갑시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