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정국을 요동치던 '국정원 게이트'의 국면전환을 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시쳇말로 완전히 '쪽박'이 나버렸다. 주도면밀한 '짜집기 신공'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내용을 교묘하게 뒤섞으며 반전에 성공하는 것 같더니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고, 이어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대선 전에 이미 대화록을 입수한 사실이 알려지자 도리여 역풍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로써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함께 기획한 대선정치공작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권모술수였는지 더욱 명확해졌다. 또한 '국정원 게이트'를 은폐하기 위해 이토록 혈안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전 정권과 현 정권을 망라하고 이 사건에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 역시 이제 더욱 확실해졌다.
■ 새누리당, 국정원, 경찰, 그리고 대통령 모두가 '국정원 게이트'의 공모자들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정원, 이를 철저히 감싸며 사건을 은폐한 경찰, 막후에서 국정원 및 경찰과 교감하며 이 사건에 깊숙히 발을 담그고 있던 새누리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수사를 방해한 박근혜 정부, 망각의 샘물이라도 마셨는지 이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국정원 사건에 어떤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무성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선 전에 입수해 이를 박근혜 당시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언급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국가기밀까지 불법으로 유출해 선거에 활용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이는 결국 지난 대선이 국가기관이 동원된 불법적인 관권선거로 치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정원 게이트'와 '대화록 공개 논란' 등으로 정치권의 치고받은 난타전이 오가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대선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는 거대한 음모가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국정원, 경찰, 박근혜 정부, 그리고 새누리당은 이 거대한 음모의 공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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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호승심에서 비롯된 '고해성사'로 'NLL 논란'은 더 이상 유효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전문을 읽어본 사람들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왜 노무현 대통령이 소신과 원칙,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철학 및 비전을 갖춘 지도자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고 있었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기우를, 국정원이 말씀히 해소시켜준 느낌이다. 오히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를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니,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국정원 게이트'는 절대로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국정원 게이트'를 물타기하기 위해 날린 회심의 부메랑은 표적을 맞추지 못하고 자신들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며칠 전 새누리당의 'NLL 공세'를 비열한 정치공작으로 폄하하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의 국면전환술책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국정원 게이트' 그 자체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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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공작정치는 그 역사와 뿌리가 오래된만큼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파괴적이다. 대한민국 경찰쯤은 언제든지 손쉽게 활용할 수 있고,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NLL 공세'만 하더라도 국정원까지 동원, '2급기밀'인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가면서까지 공개한 저들이다. 더욱이 대선 전에 이미 대화록을 입수해 이를 선거에 악용했다.
비록 자충수요,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었지만 방송, 언론, 국가기관 등 여론을 통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정치권력이 마음먹으면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위의 글에서 새누리당의 정치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핵심은 'NLL 논란'이 아니라 두 말할 필요없이 국정원에 의해 자행된 불법적인 대선개입에 있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국정원의 대화록 유출과정과 여기에 새누리당이 어떻게 개입되어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두가지 모두 묵과할 수 없는 헌법유린이자 국기문란사건이며 무엇보다 지난 대선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의 눈은 정확하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218명을 상대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의 53%가 노무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포기의사로 보지 않았다. 포기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23%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NLL 포기' 발언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몇일 동안 목에 핏대를 세우며 떠들어댔던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공세가 결국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외침이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저질의 불량정치공작은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진화하지 못하고 과거의 구태에 매여있는 정치가 얼마나 소모적이며 망국적인 국론분열을 야기시키는 것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켜 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중국순방중이다.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진 중국방문으로 대통령은 '국정원 게이트' 및 '대화록 사전 유출' 논란으로부터 표면적으로는 벗어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야말로 이 모든 논란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당사자이며,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당연히 (대통령으로서, '국정원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로서) 이 사건의 진실을 한점 의혹도 없이 국민에게 밝혀야 할 위치에 있다.
■ '국정원 게이트'를 모른다는 대통령, 소가 웃을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 며칠 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은 스스로 밝힌 것처럼 정말 '국정원 게이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그럴까?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야말로 무책임함을 넘어 국민을 우롱한 것이며 능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소가 웃을 일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지난 대선, 대통령이 이 사건에 '왜 그런 말을 했고,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언행을 보이는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참을 수 없는 분노마저 치밀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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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탄핵을 당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도청사건이 발단이 되어 결국 하야해야만 했다. '국정원 게이트'는 사안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이 두 가지 역사적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유린한 국기문란사건이다. 보편적 상식을 지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모른다고, 모르는 일이라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따름이다.
■ 대통령은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라고인 물은 결국 썩을 수 밖에 없고, 시대흐름과 국민정서에 반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직시해야한다. 전국의 대학교 및 교수들, 시민단체, 종교단체, 심지어 어린 고등학생들에게서 조차 시국선언이 터져나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참여인원이 늘어가는 촛불시위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불신 및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다. 대통령은 귀국하는대로 이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지난 번처럼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대화록 공세'같은 저질의 정치공작으로 면피하려 한다면 감당키 어려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