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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겸직·영리업무 금지를 담은 의견서를 채택하는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막을 내릴 것 같다.
현재 추진 중인 법 개정안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익 목적 외 직업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의원들이 빠져나갈 빈틈은 여전히 많다.
물론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국회의원들은 대학교수직 등을 겸직할 수 없다. 변호사나 임대업 등 영리목적 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현직 의원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당초 법안은 교수 겸직 금지를 19대 의원부터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현직 의원인 자신들은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니 얼마나 웃기는 발상인가.
변호사나 의사 등 영리업무 종사자는 휴업 또는 폐업을 하면 되는데 교수는 휴직을 할 수 없고, 사직해야 하기 때문에 형평에 맞지 않다는 불만이 교수 출신 의원들로부터 제기됐다고 한다.
사실 ‘폴리페서’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예전부터 있었다. 국회의원의 교수 겸임금지 조항은 그에 따른 최소한의 가이드인 셈이다. 그런데 ‘특권을 내려 놓겠다’던 국회가 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은 대학교수나 변호사, 임대업 등 영리목적 직업 외에 공익목적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데 이것 역시 허점이 많다.
공익 목적 직위에는 업무추진비 등 보수에 포함되지 않는 품위유지비 차원의 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공익단체장을 맡고 있는 모 의원은 겸직 신고 때 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신고했지만, 알고 보니 매달 12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겸직신고서 상 '보수' 란에는 1년에 얼마, 1개월에 얼마를 받는지를 기재하라는 공란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급방법이나 지급명목을 쓰라는 요구는 없다. 따라서 보수 형식이 아니라, 품위유지비나 업무추진비 등 다른 방법으로 비용을 지급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겸직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 역시 맹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국회법 29조 4항은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는 정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겸직·영리업무 금지 공수표를 남발하기 전에 겸직신고 시 보수는 물론 업무추진비 등 각종수당까지를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나아가 의무 위반 시 처벌조항을 만드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국회가 오히려 특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를 인터넷 게시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발언도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팽배해 있는 마당에 사이버 공간에서까지 면책을 받겠다는 그 발상이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만일 국회의원에 대해 사이버 공간에서 면책특권을 허용한다면 허위 사실 유포, 인신공격, 저질 발언 등이 난무할 것 아니겠는가.
지금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특권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한 국회가 정말 특권을 내려놓는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막을 내릴지, 나아가 오히려 특권을 더욱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현미경 들여다보듯 관찰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시선이 두렵다면, 겸직금지 조항에 예외를 두지 말고 유예 없이 이번 19대 국회의원들부터 당장 적용해 주길 바란다. 특히 진선미 의원은 의원의 특권을 더욱 확대하려는 황당한 법안을 자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