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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게 좋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없다
너무 안타까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구만리 같은 인생을 남겨둔 젊은 청춘이 모든걸 내려놓고 돌아오지 못할 하늘길을 택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는 뜻이다.
생노병사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기에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신이 설계해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죽을 수 밖에 없고 죽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질병으로 자연사하거나 심장마비, 뇌출혈 등 돌연사, 교통사고, 추락, 살인강도, 폭행, 가스누출, 화재, 폭발등에 의한 사고사, 전쟁 중 목숨을 잃는 전사의 경우가 신의 뜻에 따른 죽음에 포함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도 신의 뜻에 속한지는 애매하다. 아무튼 죽고싶지 않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을 맞는 경우든 아니면 죽어야겠다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든 죽는게 좋아서 죽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에 대한 애착은 본능이다. 아무리 삶의 궤적이 간난신고로 점철된 험악한 인생이다 하더라도 살 수만 없다면 하루 아니 1분 1초라도 더 살고 싶은게 생명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자도 죽는게 최고의 행복, 인생최대의 성공이기에 목숨을 끊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살고 싶지만 질병의 고통, 사랑하는 가족들이 감당키 어려운 짐, 패가망신하여 삶의 의욕이 바닥나거나 실수와 잘못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과에 대한 후회와 양심의 작동이 최후를 결단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것보다 죽음을 택하는게 만인을 위한 일말의 죄씻음이라는 명령을 받들어 목숨을 끊는 것이지 남에게 고통을 주고 남을 죽인게 견딜수 없도록 너무 좋아 목숨을 끊는 것으로 기쁨을 누리려 죽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번에 알려진 안타까운 죽음은 이와같은 자연사와 양심의 가책에 따른 자살과 성격을 달리 한다.청운의 꿈을 품고 공직에 나온 이래 정상 근무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늦은 밤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까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멸사봉공하였음에도 퍼붓는 업무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능력의 한계를 통탄하다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지 못 할 바엔 차라리 죽는게 낫다며 목숨을 끊은 것이다.
격무와 공격적 민원 스트레스에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 공무원
지난 5월 15일 꼭두새벽 살인적인 과도한 업무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된 충남 논산시청 사회복지과 9급 공무원 김모(33)씨가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 열차에 뛰어들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천주교 신자로 평소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결심하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여 서울의 사립대를 졸업한지 6년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지난해 4월부터 논산시청에서 일해 왔다고 한다.
그 동안 동료 3명과 함께 1만명이 넘는 논산지역의 장애인 주거 시설운영비와 단체사업비 지원등을 담당하온 김씨는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야근을 하느라 밤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귀가했고 지난 2월 이후에는 공휴일은 물론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업무를 봤다고 한다.
4월에도 낮에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는라 보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80시간이 넘게 야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남긴 일기장에는 격무에 시달린 공직 생활의 고단함이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목숨을 끊기 일주일전인 5월 7일자에 김씨는 “나에게 휴식은 없거나 사람을 대하는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 쌓여만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아침이 오는게 두렵다”고 썼다. 이틀전인 5월 5일에는 “지금 심신이 너무 힘들다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며 삶에 대해 비관적인 심정을 절절히 토해냈다.
일요일이었던 4월 28일엔 출근후 퇴근하여 일기에 쓰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먹고 사무실로 향했다. 하루가 피곤했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에 열정을 불사른다는 각오로 공직에 임했던 김씨가 일년만에 자부심과 긍지를 누려 볼 겨를도, 희망과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격무에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 것이다.
김씨의 비보를 접하고 가슴이 미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은 5천만 국민 모두가 한결같을 것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가운데 격무에 지친 심신을 죽음속으로 던져버린 경우는 김씨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세사람이 스스로 유명을 달리 했다.
지난 3월 19일 울산시의 사회복지 공무원인 A(35)씨도 한창 젊은 나이인 서른 중반에 격무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또 한달전인 2월 26일에는 지난해 4월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임용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B(여.32)씨가 결혼을 앞두고 “일이 너무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 먼저 가게되어 신랑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겨놓고 살고있던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목숨을 끊었다.
그에 앞서 1월 31일에는 평소 격무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용인시청 노인 장애인과에서 사회 복지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이모(29)씨가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한 병원 앞에서 투신하여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회복지 공무원 잡는 폭증하는 업무 거친 민원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공직에 임한지 겨우 일년 남짓된 공직사회 최전선 용사들인 이들이 의욕과 열정으로 헌신봉사하겠다는 공복으로서의 선서를 내려놓고 목숨을 끊은 것은 고인들이 유서에 남긴 바와 같은 살인적인 격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복지 대상자 신청을 받게 되면 신청자가 복지대상자의 자격이 갖추어져 있는지 서류상 소득수준을 조사한데 이어 현장에 나가 방문조사를 해야하고 일일이 상담을 해야한다. 복지 대상자가 선정되면 선정과정,결과를 유지하고 보고해야하며 수백,수천명의 복지대상자를 관리해야 한다.
수많은 기초생활 수급자,장애인 조사,관리라는 기존업무에다 추가된 무상교육과 학교에서 이관된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 학비지원등 업무를 처리해야한다.이처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만큼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려면 야근은 물론,주말까지 정상근무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도 업무지만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것은 복지혜택과 관련된 민원을 놓고 민원인들과의 갈등이다. 한푼이라도 더 복지혜택을 받으려거나 기존 수급비가 깍이는 문제,기초 수급자 선정,탈락,학비지원자 대상 선정,장애인 카드발급등과 관련하여 생기는 문제가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불만을 가진 민원인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욕설,폭언,협박을 가하고 심한경우 폭력,칼부림까지 한다니 정신적 스트레스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당사자들이 아니면 어찌 알겠는가. SBS기획프로그램인 '긴급구조 sos' 프로그램 등 현장고발 프로그램에 방영되거나 기초수급자 대상자에서 탈락하자 분함을 참지 못해 시청으로 달려와 목숨을 끊은 거제시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경우 징계를 받거나 받지 않더라도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같은 사회복지 공무원들 직무 스트레스는 대구 수성대 사회복지과 교수팀이 대구시 사회복지 행정 연구회와 공동으로 대구시 전체 사회복지직 공무원 703명 가운데 453명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와 외상후 스트레스 성 장애,우울증등에 대한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5월27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51.9%가 완전 외상후 스트레스군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소방관(30.6%)이나 경찰관(33.3%)보다 비율이 훨씬 높은것이다.
이처럼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완전 외상후 스트레스가 높은것은 업무 중 민원들의 사무실 소란경험(93%),심한 욕설경험(92%),협박(75%),직무수행중 동료의 죽음이나 부상목격(82%)